사유하는 미술관 - 그림 속 잠들어 있던 역사를 깨우다
김선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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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대변혁을 가져왔고 기술 혁신, 대량 생산 및 도시를 특징으로 하는현대 사회의 토대를 마련했다. 귀족 계급이 부와 권력을 독점했던 진통적 신분제는 무너지고 시민 계급이 사회의 중심 세력으로 들어섰다. 공장을 소유한 산업 자본가와 상인, 의사나 법률가같이 교육을 받은 전문직 종사자들이 산업 시대의 새로운 부유층을 이루었다. 전통적인 상류층과 신흥 자산 계급은 수도와 난방 시설이 설비된 저택에서 살았고이 시기 등장한 백화점을 이용했으며 문화, 예술, 스포츠를 즐기는 사치스럽고 안락한 생활을 누렸다. 영국에서는 ‘빅토리아 시대‘, 프랑스에서는 ‘벨 에포크‘라고 일컫는 시기였다. - P343

초창기 산업 시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과거에 비해 얼마나 멀리 왔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된다. 가난한 사람들의 궁핍함과 비참함을 묘사한 도미에나 도레의 작품은 파리나 런던 같은 도시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킴으로써 개혁을 위해 나아가는 데 한걸음을 보탰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빛의 탐구였다. 모네는 하루 중 시간대와 계절 혹은 날씨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달라지는 빛의 효과를 집요하게 탐색했다. 이것은 건초더미, 템스강 풍경(런던 시리즈), 루앙 대성당, 베네치아 석호 그리고 거대한 수련 그림 모두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모네의 주요 관심사였다. - P360

모네의 ‘런던 시리즈‘는 바로 이런 시대의 시각적 기록이다. 하지만 런던 시민들에게 템스강의 스모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고, 오히려물질적 부와 진보를 약속하는 현대 산업 시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예술가들도 공해에 찌든 환경을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으로 바라보았다. 템스강은 화가들에게 색색의 멋진 안개쇼를 보여주었다. 모네는 안개가 선사하는 환상적인 빛의 효과를 사랑했고 템스강을 오염시키는 산업 사회의 폐해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희뿌연 안개 속에 가려진 추하고 고통스러운 실상은 보지 못한 화가의 눈에, 템스강은 오로지 황홀한 낙원일 뿐이었다. 모네는 극심한 환경 파괴를 신비하고 몽환적인 풍경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술가는 디스토피아마저 유토피아로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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