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행위고 듣기는 침묵이란의자에 앉아 있는 일이다. 타인의 생각 속에서 기다리고 머무는 일이다. 혼자 책 읽는 사람을 보라. 침묵에 둘러싸여 얼마나 아름다운지!
_ 침묵의 세계 중 - P112
그는 인간됨의 본질이 완벽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결국엔 생에 패배하여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455쪽)이라고 생각했다. 대의보다 사랑, 승리보다 패배를 좇는 ‘똑똑한 남성‘이 어디 흔한가? 촌철살인을 무기로 가진 그는 사실 너무 따뜻한 칼‘이었다. 좋은 산문은 유리창과 같다고 한 조지 오웰. 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창을 두고 그와 마주앉은 기분이 든다. 투명하고 따뜻한. - P117
이 짧은 소설을 앞에 두고 질문해본다. 가족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_ 변신 중 - P142
"할머니는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보다 진했고 나긋나긋했으며, 낙관적이었다. 엄마들에게는 없는 삶을 관조하는 관록이 있었고, 엄마들에게는 있는 긴장과 호들갑이 할머니에겐 없었다." 할머니는 나‘를 창밖에서 낳은 엄마다. 건너다보는 엄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아득해진다. 할머니는 늙고, 소피아는 자랄 것이다. 세상 곳곳에서.
_ 여름의 책 중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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