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근의 묵언
김택근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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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몰라 부르기 좋은 당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그 눈에 눈물이 고이지 않기를. 부디 강건하기를. 제발 자연도 돌아오시기를. 당신이 있어 오늘 살아 있다. 내 땅의 말로는 부를 수 없는그대.

_ 무명씨, 내 땅의 말로는 부를 수 없는 그대 중 - P143

한국 불교는 지금 위기라고 한다. 사찰에서 욕심, 분노, 어리석음을 걷어내지 못했다고 한다. 부처는 결국 마음에 있다. 부처의 미소도 보는 사람의 것이다. 부처를 반듯하게 세우는 날, 그 부처미소 앞에서 진정으로 환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_부처의 미소 중 - P148

하지만 지구는 멸망하거나 죽지 않는다. 희귀종이면서도 멸종 위기종인 호모 사피엔스가 서식지를 잃을 뿐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자연의 흉측한 모습은 탐욕에 찌들어 망가진 인간의 모습이다. 올여름도 여지없이 평년보다 무덥고 비는 더 많이 내릴 것이란다. 해마다 똑같은 기상청의 예보다. 우리는 그저 턱을 괴고 흘려들을 뿐이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공감과 연대의 극적인 반전은 일어날것인가.

_ 기후 악당들 중 - P170

"한국교회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짐으로써 가난을 도둑맞았다."

_ 도둑맞은 가난 중 - P186

성철 스님은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이면 누구든 삼천배를 하라고시켰다. 그런 후에야 마주 앉았다. 자신을 바닥에 내려놓는 삼천 번의절,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거의가 중간에 울음을 터뜨린다. 탈진에 이르는 고통 때문이 아니다. 저 아래 밑바닥에 잠겨 있던 자신의 허물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교만과 위선이 빠져나간 자리에 한없이 작고 초라한 자신이 보인다. 그리고 자신을 있게 한 무수한 존재들이 보인다. 미천하고 연약한 자기 자신을 존재하게 해준 그들이 고맙다. 그 고마움을 고스란히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바치겠다고 다짐한다. 공업을 깨닫는 공명이다. 성철 스님은 삼천배를 통해 일체중생을 위해 참회하라고 이른 것이다. "자기를 바로 보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남모르게 남을 도와라."

_ 더늠 악업을 짓지 말라 중 - P192

우리는 사실에만 집착하면서 진실은 외면하고 있지 않은가. 지혜를 밀쳐두고 지식에만 길을 묻고 있지 않은가.

_ 당신의 지식은 건강한가 중 - P197

앞서간 백기완 선생이 산 자들에게 묻고 있다. 새날을 열겠다는 초심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도대체 당신들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묻고 있다. 미움보다 무서운 것이 있으니 무관심이다. 김진숙의 마음 하나 얻지 못하면서 어찌 하늘을 우러러볼 것인가.

_ 백기완 선생께서 묻고 있다 중 - P213

가을비는 땅보다 마음에 먼저 내린다. 마음속에도 낙엽이 쌓인다. 그래서 가을에는 사람들 모두 곱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운 사람에게서전화를 받는, 아니 전화를 거는 행복한 아침이었으면 좋겠다.

_ 가을과 겨울 사이 중 - P217

달동네는 없는 사람들이 서로가 그 ‘없음‘을 덮어주는 마지막 공동체였다. 불암산 바위를 의지하며 더 이상 밀려나지 않겠다던 백사마을 주민들. 그들은 이미 쫓겨난 적이 있는 철거민들이다. 그들은 다시 어디에 둥지를 마련할까. 모두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 모두 가난해서 가난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삼가기린다.

_ 달동네에서 달을 본 적 있는가 중 - P231

김대중은 민심을 이렇게 판독했다. "국민이 언제나 현명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가장 현명하다." 민심은 재빠르지 않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벼락을 내리친다. 그래서 민심은 천둥이 으르렁거리는 하늘이다. 인의 장막을 뚫고 민심을 따른다는 것은 비범한 일이다. 청와대가 고요해져야 한다. 그래야 성문 밖의 먼 북소리를 들을수 있다.

_ 국민의 정부 정권 재창출 중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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