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황홀 - 온 세상을 끌어들이는 한국의 정원
윤광준 지음 / 아트레이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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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과 명옥헌에 드나들었던 사람도달랐을 것 같다. 고고한 선비와 예술가들이 소쇄원을 찾았다면, 털털한 성품의 사람들이 걸진 목소리로 창을 하는 곳이 명옥헌이 아닐까. 공간의 분위기가 오가는 사람들의 유형을 결정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_ 담양 명옥헌 중 - P263

관가정의 마당은 비어 있어 채워지는 게 많다. 바람 불어 날리는흙먼지와 지저귀는 새소리도 햇빛과 달빛도 마당 안에 가득 찬다. 열어놓기만 하면 채워지는 하루와 계절의 볼거리, 들을거리로 지루할 틈이 없다. 관가정 누마루에 앉아 누리는 풍요란 마당을 비워놓아 생기는 일이다.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가 말한 모자라는 것이 넘치는 것이라는 Less is more‘를 조선시대에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_ 경주 관가정 중 - P271

서석은 자연석이다. 땅을 파니 돌이 나와 연못을 만들었을 뿐이다. 60여 개의 조각으로 이어진 돌은 형태와 크기가 각기 다르다. 그중 특징적인 돌 19개에 이름을 붙였다. 문외한이라도 돌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처럼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경정의 주인은 돌에서 성리학적 질서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름을 붙이고 의미화시키니 돌은 서석이 되었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엔 꽃이 아니라 했던 김춘수 시인의 ‘꽃‘을 서석지에서 새삼 떠올리게 된다.

_ 영양 경정 중 - P277

여름의 서석지는 무성한 연잎으로 뒤덮여 있어 연못인지 모를 정도다. 새잎 돋는봄에 찾은 서석지에서 전모를 보게 됐다. 자그마한 서석지를 품은 경정의 크기 또한 크지 않다. 사우단 뒤의 주일재까지 포함한 면적이다. 경정과 서석지가 작아 보이지 않는 건 차경된 뒷산이 시선을 확장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정원은 배경된 자연과 합쳐진 크기로 파악해야 옳다.

영양 경정 중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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