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좋은것은 감추어져 있어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원이란 처음 만들기가 어렵다. 그다음은 시간의 몫이다. 제자리에 안정된 나무와 숲은 원래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움으로 커진다. 영속의 자연이 정원의 아름다움과 힘을 키워주는 셈이다. - P114
일본 문화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문화적 사치의 용인을 드러내는 킨카쿠지다. 건물에 순금을 씌워 장식했을 정도이니까.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로더 유명해진 곳이다. 그 앞의 경호지와 소나무 섬의 구산팔해석은 스쳐버리기쉽다. 둘이 어우러진 킨카쿠지 정원을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 P131
슈가쿠인 리큐에선 우리나라의 누정에서 보던 풍경과 너무 흡사하다는 데 놀라게 된다. 일본 황실의 뿌리가 백제계라는 걸 알면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 P136
처음엔 커다란 나무가 가로막고 서 있는 삼은정을 지나칠 뻔했다. 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서니 헝클어진 머리칼처럼 얽혀 있는 나뭇가지가 심란했다. 공간을 보면 사람이 읽힌다. 정원은 작정하고 스스로를 유폐시키려는 듯했다.
_ 밀양 삼은정 중 - P154
피하지 못하는 사람과 나라, 세상까지… 어쩔 수 없이 그들과살아야 하는 인간의 선택은 제 눈을 감는 거였다. 삼은정은 외부의 시선을 거둬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었던 인간의 도피처였다. 다시 삼은정을 보니 땔감과 물고기, 술은 그럭저럭 해결했을 듯하다. 하지만 함께할 친구가 없는 적적함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정원 안에서 계속 드는 의문이다.
_ 밀양 삼은정 중 - P160
높이의 차를 두면 시선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 전자는 볼거리가 먼저이고 후자는 보는 사람을 우선한 정원이 된다는 차이가 있다.
_ 아산 송화댁 중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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