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점점이 오고, 가을은 문득 온다더니 고개 한 번 들어 보면가을이다. 가을이네, 싶다가도 작업하다 먼 산 한번 바라보면 그새 가을이 지나간다. 내면의 세계에 몰입하다 보면 바깥을 볼 틈이 없다. 그래서 내게 가을은 더욱 문득 오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 P191
당시 아내는 가벼운 채식으로 장만한다고 부전시장에 가서 장을 봐서 기차 타고 택시타고, 오지 가마까지 와서 샐러드를 만들어줬다. 파프리카 양상추 샐러드였다. 흔히 먹는 샐러드를 보고 내가 한 말은 "사료 주나? 계절에 나는 걸 먹어야지"라는 것이었다. 아내는그 말 한마디에 다시는 파프리카를 입에 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샐러드 하면 양상추, 파프리카, 양배추만 떠올리던 생각을 바꿨다. - P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