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바람소리가 들렸다. 어디서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초록을 자빠뜨린 주황. 주황을 넘어뜨린 빨강. 바람은 조금씩여름의 색을 벗기며 땅밑의 심을 앗아가고 있었다. 그쯤 되면 바람이 얼굴에 느껴지고 풍향계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2계급 남실바람이었다. 계급은 고요, 1계급은 실바람, 그다음은 산들, 건들, 흔들………… 고요에서 싹쓸바람까지 모두 열세 계급이 있다는 것 같은데...... 잡지를 보다 ‘풍향계가 움직이기 시작‘이라는 말이 좋아 어딘가 적어두었던 기억이 난다. - P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