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왜 좋았지? 음, 그래, 뭐 그런 적은 있어. 한 날 대수가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내가 왜 그러냐고 물었어. 대수말이 하도 맞아서 그렇다고 하더라. 선생이 패고, 선배가 때리고. 늦으면 늦는다고 맞고, 진지하면 인상 쓴다 맞고, 쾌활하면 까분다고 맞고, 잘하면 건방지다 맞고, 못하면 형편없다 맞고, 그냥 그렇게 많이 맞았다. 그러다 어느날, 시합에서 심판한테 대든 뒤 선배들한테 엄청 맞았다나봐. 너 때문에 자기들도 앞으로 대회에서 불리하게 됐다고. 체고에서도 원래 얼굴은 잘 안 때리잖아? 근데 그날 대수 얼굴이 멍들고 피나고 장난 아니었던 거지." - P87
뭔가 물으면 아버지는 사건 위주로 짧게 대답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감상을 구구절절 보탰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겹치고 어긋나고 어그러져 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폭발 직전의 우주가스처럼 아스라이 출렁였다. 나는 그걸로 뭔가 만들어볼 요량이었다. 물론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게. 나조차 모르게. 아름다움이 아름다워질 수 있게. 사람 손을 타, 태어나자마자 죽는 새끼 강아지의 운명이 되지 않게. 아름다움이 잘 태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부모님의 추억담을 들으며 어서 이야기가 끝나기를 바랐고, 그러면서도 그게 정말 끝날까봐 조바심쳤다. 그래서요? 진짜요? 그게 뭔데요? 왜요? 우와! 지저귀며 흥을 돋우었다. 늙으면 듣는 것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던데, 이렇듯 부모님을 채근하는 걸보니, 나는 분명 소년인 게 틀림없다.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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