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묶어 예술로 규정한 것은 18세기 유럽 철학자들이다. 그래서 아무 데도 쓸모없는 음악이 예술의 정점에 올라 찬미 되었다. 그 벼슬 군의 미관말직에 건축이 간신히 발을 걸치고 있었다. 용도 없는 건물은 상상하기 어려우니 예술 경계의 애매한 위치였다. - P219
건물은 다만 회색 콘크리트 구조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의 염료를 뿌리고 관찰하면 건물에 묻어 있는 사람들의 기억이 다채로운 색채로 드러난다. 그 기억으로 건물은 아름다워지고 도시가 애착을 얻는다. 도시는 백화점 진열장이 아니고 도서관 서가와 같아야 한다. 시간이 쌓은 인간의 가치와 존재 의미가 도시에 퇴적돼야 한다. 철 지나면 내버리고 새로 싸게 만들면 좋다는 부동산 공화국. 믿을 수 없는 국가. 왜 오명은 항상 국민의 몫인가. - P226
도시는 그림엽서 속이 아니라 우리 발아래 있고 우리를 담고 있는 실체다. 그걸 느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시를 걷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시민들과 섞이는 것이다. - P228
수저 색깔이 아이들 노는 데에 차별 기제로 작동한다면 그 사회는뇌관이 즐비한 미래를 만날 수밖에 없다. 이 사회의 미래가 정글이 아니라면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지금 제공해야 한다. 그 놀이터는 미끄럼틀을 던져놓고 이름만 붙여놓은지난 시대의 것과 달라야 한다는 게 키즈 카페의 증언이다. 계급 철폐가 사회가 건강하게 존재하는 길이라는 게 역사책의 증언이다. - P237
그런데 코로나가 강요한 소규모 결혼식은 더 이상 결혼식이 가문과시장이 아니어도 좋다는 실험 성공기였다. 부모의 개입이 최소화된 예식이 가능해지는 순간, 신랑 신부들은 모바일 청첩장의 본인 이름에 당당히 성을 넣었다. 자신이 성을 명기함으로 그들은 독립된 존재임을천명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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