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국제질서 맥락으로 이해하기 - 패권 전환기 속 대한민국의 미래
정하늘 지음 / 국제법질서연구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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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관점에서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일대일로는 내륙국에 의해 가로막힌 유라시아와 미국의 해군력에 눌려 있는 바다를 육로와 해로를 개척해 각각 뚫어냄으로써 중국의 세력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길을 트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다. - P219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기간 많은 정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지만, 적어도 대중 강경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초당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중 무역분쟁을 계기로 미·중 패권 경쟁이 이미 본격화되었다는 점을 미국의 정계가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로써 미국은 1930년대의 대공황 이후 일관된 기조로 삼아오던 자유무역주의를 버리고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한다. - P236

국가로부터 저가에 수입하면 된다. 같은 자원으로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더 적은 비용을 들일 수 있는, 이른바 ‘Win-Win‘이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비교우위 효과를 노리고 각자 잘하는 분야에 ‘특화‘함으로써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세계화와 자유시장경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다. 바로 "내가 의존하는 상대방이 내 약점을 무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그것이다. 비교우위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정 산업에 특화하느라 생긴 나의 취약점을, 교역상대국이 의도적으로 공격하거나 약탈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전제되지 않으면 완전한 자유무역은 유지될 수 없다. - P242

지정학도, 그리고 당장 눈앞의 경제력이나 군사력도 모두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세계는 결국 기술 패권을 가진 국가가 지배하게 될 것이다. - P246

2023년 3월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중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44개중 37개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술력을 보유했으며, 그중 8개 부문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선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분야는 고작 7개에 불과했다. 2023년 6월 네이처 Nature지가 공개한 ‘자연과학 연구력‘ 순위에서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 P249

인공지능을 고도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이고, 그렇기에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자원‘이라 불린다. 여기에 양자컴퓨터로 대표되는 양자 과학기술이 접목되면 인공지능은 고도의 복잡한 연산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빠르게 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인공지능의 능력이 현실 세계에 구현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매개체가 필요하다. SF 속 세상이 오기 전까지, 인공지능과 곧바로 연동될 수 있는 매개치는 기계일 걸로 짐작할 수 있다. - P252

그런데 빅데이터를 저장. 연산하고,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구현하고, 양자 컴퓨터를 구동하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품목들이 있다. 이들은 다가올 6G정보통신 기술 구현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로봇이나 우주기술을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중 대표적인 품목은 반도체다.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의 모든 중추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품이다. 다른 하나는 배터리다. 화석연료가 사용되는 지금은 전기자동차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필수적인 위상을 갖고 있지만, 조만간 기후변화 대응에 발맞춰 화석연료의 사용이 제한되면 배터리가 인류 에너지 기술의 주된 동력이 될 것이다. 배터리는 인공지능의 역량이 현실 세계에 어디까지 구현될지를 결정하는 핵심 품목으로서 장차 반도체와 입지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이 이 두 가지 품목을 두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253

반도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첨단기술 경쟁에서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안보, 경제, 기술이 모두 만나는 접점에 있는 반도체의 성공적인 조달 여부는 산업, 경제, 과학, 군사 등국가의 모든 역량지표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 P254

쟁점은 A2/AD의 우산 아래에 있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의 서태평양 지역 군사력을 압도할 수 있는지의 단순한 문제로 전환된다. - P261

그러므로 평화를 원하는 자들은
전쟁을 준비하게 하라. - P312

2022년 2월 21일 푸틴은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하기 직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강조하며, 우크라이나에는 주권 국가로서의 정체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러시아나 푸틴은카자흐스탄이나 다른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주장을 빈번히 제기한 바 있다. 이러한 시각은 유라시아 지역의 맹주인 러시아가 유라시아 지역‘의 패권을 되찾아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를 끝내고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소위 ‘유라시아 주의 Eurasianism‘에 기인한다. - P321

UN 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책임을 부담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UN 집단안보체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전쟁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은오늘날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처한 위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부터 러시아는 상임이사국이 갖는 거부권을 적극적으로활용하여 UN 차원의 대응을 모조리 좌절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된 사항뿐 아니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UN 안보리 차원의 조치도 전부 거부했다. 러시아가 형식적인 국제협력마저 거부하고 나서자 UN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집단안보체제의 시대가 사실상 종식됐다는 평가도 대두되고 있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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