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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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죽으면 대표작 한 편이 남는다고들 한다. 언젠가 ‘대표작으로 남을 시만 먼저 써버리면 더 이상 시를 쓰지 않아도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건 그렇지 않다. 시인이 한 편의 시를 남기기 위해서는 평생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평생을 바쳐야만 대표작 한 편이겨우 남는다. 내게 시를 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평생을 바쳐야 한다는 것만은 아직 잊지 않고 있다.

_ 나는 왜 시를 쓰는가 중 - P21

차를 즐긴다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긍정의 눈을 갖는다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 다기에 차를 우려마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차를 든다는 것 자체가 긍정하고 감사하는 삶의 자세와 태도를 갖는다는 의미이다.

_ 홀로 있는 시간 중 - P26

혹시 내 생각에 긍정하시는 분은 수의에 주머니를 꼭 달아달라고 청해보면 어떨까. 그래야 살아 있을 때의 사랑과 용서를 지니고 천국에 갈 수 있다. 사랑을 넣는 주머니. 그게 바로 수의 주머니다.

_ 수의에 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중 - P37

사람은 자연을 이해할 때 아름다워진다. 자연과 하나가 되었을 때 아름다워진다. 시인은 자연을 새롭게 만나지 않거나 자연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시를 쓸 수 없다. 시는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나온다. 자연으로서의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시는 시작된다.

_ 똥을 두던 소년 중 - P45

나는 오늘밤 어느 별에서
떠나기 위하여 머물고 있느냐
어느 별의 새벽길을 걷기 위하여
마음의 칼날 아래 떨고 있느냐

_ 우리가 어느 별에서 중 - P56

이제 남은 인생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용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용서할 수 없으면 잊기라도 해야 한다. 설령 내가 삶의 주체적 능동자가 되지 못하고 망각에 기대는 수동자가 된다할지라도 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용서는 미래로 나아가는 징검다리라고 하지 않는가. 가장 잊어버려야 할 일을 가장 잘 기억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노력해야만 미래로 가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_ 용서할 수 없으면 잊기라도 하라 중 - P70

올봄에 나는 본질과 현상이 전도되고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는 삶의 태도를 버리는 데서 봄의 의미를 찾는다. 봄이 왔기 때문에 꽃이 피는 것이지, 꽃이 피기 때문에 봄이온 것은 아니다. 봄비가 오기 때문에 강물이 흐르는 것이지 강물이 흐르기 때문에 봄비가 내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있기 때문에 세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세상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있는 것이다.

_울지 말고 꽃을 보라 중 - P77

반지가 둥근 것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고리 밖으로 벗어나지 말고 최소한 지킬 것은 지키자는 속뜻이 숨어 있는 것이었다. 적어도 반지의 원형, 그 테두리 밖으로뛰쳐나가지 않아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만은 꼭 지켜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세상을 살면서 때로는 반지를 빼 강물에 휙 던져버리고 싶은 일이있을지라도,

_ 반지는 왜 둥글까 중 - P135

인생은 목표의 달성과 완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준비하며 살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누가 인생을 완성하고 떠났을까. 인생을 완성하고 떠난 이는 아무도 없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떠났을 뿐이며, 과정 그 자체가 바로 완성이다.

_ 선인장은 가장 굵은 가시에 꽃을 피운다 중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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