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엄마는 다시 싱건지 항아리를 열었다.
흰 막이 끼었을 때도 있지만 무는 더욱 매끈하고 투명해 보였다. 길게 가운데를 자르고 다시 잘라 얇게 썰어 고춧가루 파참기름에 무치면 묵은 맛이 덜어지고 새콤하고 시원한 맛이 되었다. 채반에 궁글려두었다가 된장에 박기도 했다. 채 썰어 된장국을 끓이기도 했다. 아, 봄이 오기 전 김장 김치, 갓김치, 빠개지에 물려 있을 때이기도 했다. 항아리 밑구멍에 팽개쳐둔 것이 아니었다.
_ 싱건지 중 - P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