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귀의 세계와 오른쪽 귀의 세계 - 이문영 장편소설
이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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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할 권리와, 질문할 책임과, 질문하는 폭력 사이에서, 나는 그 동안 내가 뿌린 질문들이 어디를 굴러다니고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 P120

언론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했지만 너무 동떨어져 비추면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 P121

심장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뛰었는데, 귀는 심장이 쉬지도 못하고 혹사당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는 듯 그의 근태를 빠짐없이 고지했다. - P136

나는 더 이상 신을 믿지 않았지만 기도하는 마음은 믿었다. 그 마음은 갈수록 빠듯해질 세상에 아이들을 두고 가며 남자가 남긴 마지막 말들이기도 했다. 그 마음을 모른 척하는 신은 신의 형상을 한 괴물일 뿐이라고 나는대들었다. - P141

‘기업이 잘돼야 노동자도 잘된다‘는 신화와 ‘기업이 잘돼도 노동자는잘못될 수 있다‘는 현실의 간극에 무감할 때, 그 간극을 좁힐의지 없는 정치가 ‘나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하는 세계를 대표할 때, 괴물의 괴성은 귀를 막은 두 손을 뚫고 들어와우렁찬 소리를 토했다. 서로의 고통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이추락이었고, 타인의 삶을 상상하길 멈춘 사람이 괴물이 됐다.
괴물은 내 안에 있고, 당신 안에, 우리 안에 있는 동시에 우리밖에도 있었다. - P146

이 차이는 정말 중요해요. 절망 속에 혼자 고립되면 누구도 살 수 없어요. 사람은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차별과 혐오 때문에 죽어요." - P158

발견돼도 구조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방치된다. 잊히지 않으려면 악이라도 써야 한다. - P175

한국인들이 떠난 논밭에서, 바다에서, 공장에서, 건설 현장에서 실종된 그가 일하고 있었다. 그와 그들의 과로와 저임금에 의지해 우리의 밥상이 차려지고, 우리의 집이 지어지고, 우리 일상의 편리가 영위되고, 우리의 더러움이 닦여 나갔다. 그의 실종에 눈 하나 깜짝하지않는 우리나라는 그의 노동 없인 매일의 삶이 불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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