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삶창시선 50
이종형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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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다


붉은 동백꽃만 보면 멀미하듯
제주 사람들에겐 4월이면 도지는 병이 있지
시원하게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생손앓듯 속으로만 감추고 삭혀온 통증이 있어

그날 이후
다시 묵직한 슬픔 하나 심장에 얹혀
먹는 둥 마는 둥
때를 놓친 한술의 밥이 자꾸 체하는 거라
시간이 그리 흘렀어도
깊고 푸르고, 오늘처럼 맑은 물빛 없으니
한걸음에 내달려 보러 오라고 너에게 기별하던 봄바다만
보면
요즘은 별나게 가슴 쿵쿵 뛰고
숨이 턱턱 막혀올 때가 있는 거라
세상에서 가장 큰 무덤인 듯
바라보는 것만으로 죄짓는 기분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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