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 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감성돔은 체구에 비해 살이 없는 편입니다. 잘 잡히지 않고 살도적은데다 맛이 자극적이지 않으니 흑산도 주민들이 고개를 저었을겁니다.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먹어야 느낄 수 있는 감성돔의진미는 그러니까 요즘이나 가능한 것이죠.

_ 감성돔 중 - P283

우리가 흔히 보는 검은색에 긴 가시가 있는 게 보라성게이고 진갈색에 짧은 가시가 있는 것은 말똥성게(『자산어보』에는 승률구團)이다. 보라성게가 덩치가 커서 먹을 게 많을 것 같지만 말똥성게가 잡기도 쉽고 맛도 더 좋다.

_ 성게 중 - P289

성게는 바닷속 바닥을 기어 다닌다. 성게 입장에서 보면 저 위에서 물결을 타고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새이다. 날치가 허공을 꿈꾸듯, 그들도 이륙을 인생 목표로 삼았으리라. 수백 개의 다리를 가지고도 시속 2미터 이동속도가 괴로웠으리라, 애벌레가 꿈틀꿈틀 쉬지 않고 나뭇가지를 오르는 것은 창공으로의 비행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

_ 성게 중 - P297

겨울이 깊어지면 집집마다 곡식이 바닥을 드러냈다. 보리가 패려면 한참이나 더 기다려야 했다. 그때 톳을 뜯어다가 밥을 해먹었다. 구황식품으로 으뜸이었다.

_ 톳 중 - P323

『자산어보』가 나온 게 1814 년이니 사람들은 그 이전부터 해삼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다. 이 녀석에게 사포닌과 비슷한 홀로수린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떻게 알긴, 경험의 축적이지. 어떻게 알았을까, 에는 옛날 사람은 몰랐고 우리는 알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그들은 알았고 우리는 모르고 있거나ㄹ잊고 있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을까.

_ 해삼 중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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