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중개자들 - 석유부터 밀까지, 자원 시장을 움직이는 탐욕의 세력들
하비에르 블라스.잭 파시 지음, 김정혜 옮김 / 알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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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특혜에 대한 보답으로 거틀러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글렌코어의 사업 파트너이자 고문, 해결사라는 1인 3역을 소화했다. 실제로 수년간 글렌코어는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에 지사나 대표부를 운영하지 않았고, 현지 정부와의 관계는 거틀러와 그의 팀에 맡겼다.

_원자재 식민지, 아프리카 중 - P397

2000년대 중반 아프리카는 모두가 기피하는 원자재를 털어 버리는 시장과도 같았다. 최후의 공급처이자 마지막 소비자인 셈이다. 그리고 최악의 양심 불량자에겐 쓰레기장과 같았다.

_ 원자재 식민지, 아프리카 중 - P404

"대규모 기아는 정부와 사회, 국경 안정에 위협이 됩니다. 식량안보는 식량 관련 문제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모든 안보와 직결됩니다. 경제 안보, 환경 안보, 심지어 국가 안보와도 관련 있습니다."

_ 배고픔도 돈이 된다 중 - P418

치솟는 가솔린 가격으로 사람들은 집에만 있기 시작했고 식료품 가격이 오르자 사람들은 지갑을닫았으며, 비싸진 금속 가격이 제조업 이익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2008년발 금융 위기가 세계 금융 산업을 위험에 빠뜨렸고 경제 호황은 급속도로 꺼졌다.


_ 배고픔도 돈이 된다 중 - P420

반면 곡물 중개 업체는? 수많은 농민과 개별 거래를 한다. 개별거래를 해야 하니 업무 강도가 높다. 하지만 이것이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수많은 농민과 거래함으로써 귀중한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유행하기 오래전부터 곡물 중개 업체는 수많은 곡물 재배자로부터 빅데이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통찰했다. 이렇게 곡물 트레이더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가지고 시장 동향에 돈을 걸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 농무부가 발표하는 세계 주요 농작물에 대한 월간 정보는 그들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해 줬다.

_ 배고픔도 돈이 된다 중 - P422

결과적으로 보면, 2010년 맹위를 떨쳤던 식량 인플레이션은 아랍의 봄을 일으킨 여러 불씨 중 하나였다. 2020년까지 루이드레퓌스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이안 매킨토시 Jan Melntosh는 "식량이 아랍의 봄을 촉발한 직접적 원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의 변수였음은 분명하죠"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_ 배고픔도 돈이 된다 중 - P427

카길뿐 아니라 원자재 중개 산업 전반에서 원자재 슈퍼사이클 치기엔 돈뭉치 굴러가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00~2011년까지 12년간 석유와 금속과 곡물 각 부문의 세계 최대 중개 업체에서 (비톨, 글렌로어, 카길)의 순이익을 전부 합치면 763억 달러에 이르렀다. 아주 이로운 액수였고 1990년대 그들이 번 이익의 10배에 해당한다. "쉽게 비교하면 애플이나 코카콜라의 같은 기간 총 누적 이익보다 더 많고, 보잉이나 골드만삯 같은 ‘주식회사 미국’의 거인을 통째로 집어삼킬 정도였다.

_ 배고픔도 돈이 된다 중 - P428

하지만 그들이 지목한 주범은 수급 요인이었다. 학자들은 이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세계경제의 모호한 틈새에서 찾아냈다. 황마, 가죽, 수지 등 금융계에서 거래되지 않는 일부 상품의 가격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가격과 동시에 상승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금융 투자가 원자재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논리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최근 연구에서는 원자재 시장의 금융화가 시장의 불안정을 야기하는 명백한 요인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_ 배고픔도 돈이 된다 중 - P434

또한 글렌코어의 기업공개는 그동안 가려진 세계경제의 한 축을대중에게 노출하는 계기가 됐다. 글렌코어의 기업공개 전까지 원자재중개 업체의 세계는 사실상 보이지 않는 영역이었다. 분명 그들은 우리의 삶에서 필수적인 원자재인 에너지와 금속과 식량을 공급했고, 세계 70억 명의 인구 가운데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불과했던 게 사실이다. 즉, 글렌코어의 사업설명서는 자신의 업계 전체를 환하게 밝히는 전등 스위치라 봐도 된다.

_ 억만방자 제조기 중 - P447

이렇게 금융 권력을 손에 쥔 원자재 중개 업체는 세계경제 시스템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힘은 국제 정세에 차원이 다른영향을 미칠 전도가 됐다. 원래 그들의 목적은 돈이었지만,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갑자기 여러 국가의 재정을 통째로 떠받칠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스템에서 추방당한 개인과 국가를 복귀시킬 수 있는 금융적 수단까지 획득했다. 심지어 리비아 내전이나 쿠르드 지방정부의 독립 투쟁처럼 정치색이 다분한 분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할 금융 권력까지 휘두를 수 있었다. 런던과 추크, 휴스턴의 편안한 사무실에서 말이다.

_ 권력도 팝니다 중 - P483

이렇듯 금융계의 큰손으로서 원자재 중개 업체의 역할이 커지는것은 그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나타나는 변화가 반영된 탓이다. 정보접근성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전통적인 포트폴리오가 후퇴했고, 이에발맞춰 원자재 중개 업체는 거래의 크기와 규모를 우선시하기 시작했다. 또한 송유관과 항만부터 자유 시설과 정유 공장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에 투자한 것도 한몫했다.

_ 권력도 팝니다 중 - P498

이 결별 사건은 원자재 중개 업체의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트라피구라, 비톨, 글렌코어가 부와 영향력의 정점에 도달한 바로 그 순간 원자재 중개 산업은 영원한 변화의 시점을 눈앞에 두기 시작했다. 과거의 그들은 규제나 감시의 바깥에 서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진격의 수십 년을 보냈다. 하지만 대단히 저돌적이고종잡을 수 없는 ‘세계의 경찰‘이 등장하면서 그들의 행복한 시절은 막을 내린다. 그 경찰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_ 나가며 중 - P518

원자재 호황을 주도했던 거대한 엔진의 기세가 서서히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이다. 2007년 연 성장률이 14퍼센트를 넘었던 중국 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성장률 6퍼센트마저 위협당했다. 2007~2011년간 최고가 기록을 자주 경신했던 원자재 가격은 폭락했고 자연히 업계 이익도 제자리걸음이다.

_ 나가며 중 - 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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