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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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더 품위 있다. 일시적이든 영속적이든 간에

_ 소독용 에탄올 중 - P133

오랫동안 연필을 쥐고 있다가 난 결국 쓰는 사람이 되었다.
사람과 사람, 이곳 저곳 사이, 보이지 않는 많은 선들을 지워가는 그런 글을 언젠가는 쓸 수 있겠지 느긋하게 생각한다.
꿈을 연필로 써나가는 일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_ 연필 중 - P140

요즘 같은 때는 잘 말린 수건 한 장만 있어도 하루의 시작이 괜찮다는 마음까지 든다. 어디에 살든 햇빛 좋은 날엔 수건을 탁탁 털어서 널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는 다행인 거겠지.

_ 수건 중 - P143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 가지였다. 변변해보이는 외투와 구두와 우산, 미성숙함과 내핍의 생활을 나는 그것으로 가리고 막고 욱여넣은 채로 간신히 20대가 되었다.

_ 외투 중 - P154

그것이 전부였다.
어쩌면 그것이 전부여도 될 것이다.
글만 쓰는 방에서라면.

_ 머그잔 중 - P162

‘증식하다’ ‘회전하다‘ ‘다채롭다‘ ‘변화하다’ ‘비추다’라는동사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오늘도 하릴없이 걷는다. 봄이오기 전에, 새 소설을 시작하기 전에.

_ 만화경 중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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