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사물
조경란 지음 / 마음산책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비를 믿지 않는다면 글쓰기란 별 가치가 없는 일일 것이다"라고 말한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여름의 끝』이야기다.

_ 트렁크 중 - P36

‘안에 내리는 비. 그것은 눈물,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걸발견한 후 흘리는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진정이 되기도 하지 않나. 그리고 밥을 먹는다. 날씨는 갰고 다시 바깥으로 나간다. 작가는 기분이 급격히 나아진 걸 느낀다. 폐허를 봤다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안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자신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것도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걸려도 천천히, 작가는 말한다. 내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행복했다고.

_ 선글라스 중 - P48

노랑은 긍정적인 기운을 주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색깔이라고 한다. 선물처럼 레몬의 노란빛을 나눠갖고 싶다.
그리고, 맞다. 레몬은 식물이다.

_ 레몬 중 - P53

그녀는 왼쪽 약지에 빨간색 유리 반지를 끼고 있었는데, 그녀라는 존재만큼이나 불가사의했다.

_ 반지 중 - P55

지금은 이런 질문이 선행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과연내가 생각하는 사람이 돼가고 있는가? 인생이 갖고 있는 불가능성, 있을 수 없는 일들에 더욱 놀라워하고 감탄하면서 짐작하기 어려운 결말도 우리 앞에 기다리고 있다. 불가능한 것,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그러니 내일도 살아봐야겠다.

_ 반지 중 - P59

시간은 흐르는데 더 나은 인간이 되기는커녕 예전보다 못한 내가 될까 봐 겁난다. 그래서 느리게라도 계속해서 읽고 생각하고 듣고 보고 쓴다. 일단 멈춘다면 예전보다 못한 내가될 게 뻔하니까. 시간은 순환한다는 말은 위로일 뿐이다. 시간은 앞으로 간다. 우리는 분명히 지금보다 늙은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이 시간을 명백히 살아내야 한다. 나는 나답게 당신은 당신답게.

_ 시계 중 - P64

사물에 스며 있는 관념이 있다면 성냥과 불을 붙이는 행위,
태우는 행위도 그렇지 않을까. 사물 그 자체로는 어떤 이야기가 가능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여기까지 썼다. 잭 런던의 단편 「불을 지피다」 이야기는 시작도 못 했는데.

_ 성냥 중 - P73

하버드대학 글쓰기 교수는 "매일 10분이라도 글을 써야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럴 때 필기도구는 볼펜이 제격일 것 같다. 언제나 손 닿는 데 둘 수 있으며 촉을 조작하는노크만 누르면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내키는 대로 쏙쏙재빨리,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이 선명한 볼펜 한 자루에도 1킬로미터를 그을 수 있는 양의 잉크가 담겨 있단다.

_ 볼펜 중 - P80

은빛 수염은 어쩌면 검정일지도 모를 어두운 색의 터틀넥 위에서꿰뚫어 보는 듯한 그의 눈빛같이 빛났다.

_ 터틀넥 스웨터 중 - P84

떠오르고 스쳐 지나가는 단상들을 기록한다.
일종의 채집처럼.

_ 수첩 중 - P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