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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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넘치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불편이 넘치는 사람은 물건을 만들게 마련이다. 머물러 있는 생각과 불편이 고루해지지 않도록 방법을 끊임없이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둘은 비슷하다. 물건은 언제나 필요를 앞서는 순발력으로 일상의 빈틈을 메운다.

_ 프롤로그 중 - P14

진정 좋은 것은 숨겨져 있다. 다수를 설득할 필요가 없으니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나의 취향으로 찾아낸 물건이 기대 이상의 효용성과 가치로 보답할 때 즐겁다. 남들은 모르는데 나만 아는 은밀한 쾌감이기도 하다.

_ 프롤로그 중 - P15

멋지고 재미있게 사는 이들은 하나같이 세련된 취향을 지녔다. 작은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다. 밋밋한 일상에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건 언제나 새로운 물건들이었다.

_ 프롤로그 중 - P16

행복이란 상태보다 반복의 여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으로 기쁨을 지속하는 일도 나쁘지 않다.

_ 프롤로그 중 - P16

루미오의 외관은 펼쳐진 책의 모습을 하고 있다. 공부하지 않아도 책을 쌓아 둔 모습만 보면 위안이 되지 않던가. 서울의 명소로 떠오른 장소들은 하나같이 책이 꽂힌 서가를 배경으로 삼는다. 책이 주는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사실 책만큼 좋은 형태의 오브제도 드물다. 루미오가 책의 느낌을 하나 더했다. 책에서 나오는 불빛과 함께한다면 지혜 한 사발 정도는 내게 더해지지 않을까.

_ 루미오 - P239

나만 연필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한 MZ 세대가 연필에 빠져 있다. 그들에게 연필은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디지털의 대척점에 있는 새로움이다. 최근 들어 단종된 연필이 다시 만들어지는 기현상의 숨은 이유다.

_ 카스텔 9000 중 - P244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누구나 안다. 생각만으론 모자란다. 실제와 실물로 만들어 내야 주목받는 성과가 되는 법이다. 커피에 미친 청년들의 에스프레소 사랑이 새로운 시선을 갖게 했다. 눈여겨보지 않았던 과거의 유산은 현재의 필요를 더해 기발한 바키로 완결된 셈이다. 오래되어서 낡은 것이 아니다. 새롭게 보지 못하는 눈이 낡음이다.

카페모티브 바키 중 - P270

"모름지기 명품이란 건 신화myth를 만들어 성공한 사람들이 쓰는 필기구입니다. 이런 식으로 기능 이상의 아우라를 내뿜고, 제품에는 영혼이 담겨져야 합니다." 효율성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몽블랑은 ‘천천히‘의 미학을 실천한다. 느린 것이 곧 여유이고, 만년필은 인간의 사고를 풍요롭게하는 감속 도구란 확신까지 더했다.
몽블랑은, 인간 중심의 문화는 여전히 이어질 것이란확신을 갖고 있다. 종이와 만년필은 사라지지 않는다. 모니터 화면으로 루브르박물관의 모든 미술품을 볼 수 있더라도<모나리자> 진품을 직접 보려는 사람들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몽블랑은 아날로그의 건재를 굳게 믿고 있다.

_ 몽블랑 중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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