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수수한 이끼는 자손을 퍼뜨려줄 바람을 기다리고, 바람도 화려한 이끼라고 해서 딱히 더 많이 끌리지 않는다. 스플락눔은 배설물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바람을 믿지 못한다. 날아간 포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동수단뿐 아니라 목적지가 확실한 예약 티켓이 있어야 한다. 칙칙한 녹색 늪지에서 파리는 솜사탕 색의 스플락눔을 꽃으로 착각하고다가간다. 있지도 않은 꿀을 찾으며 이끼를 헤집는 동안 파리의 몸은끈끈한 포자로 덮인다. 갓 나온 사슴 배설물 냄새가 바람을 타고 풍기면 파리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배설물에 스플락눔 발자국을 남긴다. 이슬낀 아침에 늪지에서 블루베리를 딴다면 뜻하지 않게 발밑에서 스플락눔 부케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