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지만 이제 다른 연극이 상영중이오니
이번만은 저를 면하도록 하옵소서.

_보리스 파스테르나크, 「햄릿」 중에서 - P61

많은 것들이 바뀌는 세상이라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게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기행에게는 무척 서운한 말이었다. - P67

당시에는 그와 만나기만 해도 사상을 의심받던 시절이었다. 마치 단 한 번의 접촉만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여기듯이. 그러는 동안에도 눈은 그의 머리 위에, 어깨 위에, 신발 위에 내려 쌓였다. 그는 그 거리에서 곧 지워질 것처럼 보였다. - P70

그러면서 상허는 돌이켜 생각하니, 눈물겹다고 했다. 돈은 받았으되 기르던 닭을 찌르지는 못하는 처지. 차마 아무것도 못하는 처지. - P88

최선을 선택했다고 믿었지만 시간이 지나 고통받은 뒤에야 그게 최악의 선택임을 알게 되는 것. 죄가 벌을 부르는 게 아니라 벌이 죄를 만든다는 것. - P88

카자흐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동쪽에서 정체불명의 낯선 민족이 화물칸에 실려와 황야에 버려졌다는 소식을 듣고 빵을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빵이 식을세라 모포에 감싸 당나귀에 실은 뒤, 한번도 만난 일이 없는 그들을 찾아왔다. 한인들이 울면서 그 빵을먹는 동안, 카자흐 여인들도 울음에 합세했다. 빵과 울음, 새로운 삶이 거기서 시작됐다. 그들은 톈산산맥의 눈 녹은 물이 모여 이뤄진 강물을 젖줄 삼아 땅을 일궈 다시 일어섰다. - P95

오죽하면 이십여 년 전에 문인들의 모임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한 소설가의 일생을 ‘반역적 문학 활동‘이라고 단죄할 수 있을까.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