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증오는 물론, 고통마저도 지나갈 뿐이라던 유이치의 말은 옳았다. - P147

푸른 밤이 찾아와 나의 두려움과 아빠의 외로움을 가렸다. - P176

하지만 엄마는 자신과 인생이 꽤 많이 겹치는 친구 이상의 존재여야만 했다. 그런 존재를 너는 떠올릴 수가 없었다. - P183

그가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 바람에 책이 바닥으로 툭떨어진 거야. 바로 그때, 여학생들이 캄캄해서 안이 잘 보이지 않는 도서실 옆을 지나가고 있었어. 그러니까 본관 벽돌건물 앞의 동백나무가 사과라고 해도 좋을, 어쩌면 홍등이라고도 부를 만한, 붉은 것들을, 꽃들을, 동백들을 피우던 시절이었어. 너무나 아름다운 시절이었어.

_ 지나간 시절에, 황금의 시절에 중 - P192

왜 이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에 열녀각이며 검모래 따위를 보여주는 것일까? - P198

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 P201

카밀라 양이 태어난 뒤로 난 단 하루도 그이를 진심으로 사랑해본 일이 없어요.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그이를 사랑할 수도 없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 P216

첫사랑은 잊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두번째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물론 첫사랑이 끝난 뒤, 우리는 대부분 두번째 사랑을 시작한다.

_ 적적함, 혹은 불안과 성가심 사이의 적당한 온기 중 - P239

우리 시대의 고독이란 부유한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럭셔리한 여유가 된 거야. 고독의 재발견이란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 거지. 고독이란 단어에 어울리는 요가나 명상 같은 프로그램이나 오가닉 상품들이 뭐가 있는지 한번 알아봐." - P244

하얀색 전지에 검정색과 빨간색 매직펜으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분노의 글자들이 그러고 보면 그 시절엔 분노가 외로웠지, 고독은 그다지 외롭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P249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도 않고, 슬프지도 않다.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오지 못했다.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는 건 불편함뿐이었다.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어지기를 바랐다. 그럴 수밖에. 그때 우리는 고작 열여덟 살, 혹은 열아홉 살이었으니까. - P286

거기에는 사랑만 있을 뿐 사랑을 둘러싼 것들이 하나도 없었지. 태양만 있고 햇살은 없는 것처럼. 온기가 없는 불꽃처럼. 결국 엄마는 대학을 중퇴하고 이 집에서 나를 낳았지. 4년 전, 돌아가시기전까지 이 집에서 단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어. 나는 엄마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해. 어때? 고통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 너는 잘 알겠지? 우린 그런 점에서 서로 꽤 닮았으니까. - P317

희망은 날개 달린 것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에 둥지를 틀고
말이 없는 노래를 부른다네,
끝없이 이어지는 그 노래를,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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