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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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인간이 쫀쫀하게 생겨먹었다는 것, 그것보다 더한 천재지변이 어디 있겠는가? - P8

위로 솟구치지 못하고 아래로 향하는 불꽃, 차가운 열정, 무거운 의심. - P9

삶이 왜 죽음과 같은 절망에 이르는지 아는가? 그건 스스로 무덤을 팠기 때문이다. - P11

세상에는 두부류의 여자가 있다. 지금 사랑하는 여자와 앞으로 사랑할 여자. 그렇다면 한때 사랑했던 여자는? 회한과 추억과 그리움의 대상일수는 있겠지만, 여자로 보이지는 않는다. - P35

왜 우리는 사랑을 맺거나‘ 사랑을 이루지‘ 않고 사랑에 빠지는‘ 것일까? 그건 사랑이란 두 사람이 채워넣을 수 있는 가장 깊은관계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집어넣어도 그 관계는채워지지 않는다. 정열, 갈망, 초조, 망설임, 투정, 침착, 냉정, 이기심, 헌신, 질투, 광기, 웃음, 상실, 환희, 눈물, 어둠, 빛, 몸, 마음, 영혼 등 그 어떤 것이든 이 깊은 관계는 삼켜버린다. 모든 게 비워지고 두 사람에게 방향과 세기만 존재하는 힘, 그러니까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원초적인 감정의 움직임만 남을 때까지 그 관계 속으로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밀어넣는 일은 계속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마침내 마음의 숲속 빈터가 열리게 되면 뜨거운 육체의 아름답고 털 없는 동물들이 뛰놀게 된다고 서양의 어느 시인은 노래했다. - P45

‘나‘는 레너드 코헨의 노래처럼 권투선수와 의사와 운전수가 될 수도 있고 안치환의 노래처럼 그대 뺨에 물들고 싶은 저녁노을이나 그대 위해 내리는 더운 여름날의 소나기가 될 수도 있다. - P46

실연이란 그 크나큰 ‘나‘를 잃어버린 상실감이기도 하다. - P46

세상의 다른 모든 일들은 나이든 사람들이 잘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일만은 모험을 겁내지 않는 젊은이들의 전공 분야다. - P47

더이상 관계 속에 채워넣을 것도 없을뿐더러 나중에 관계 속으로 밀어넣었던 걸 혼자서 다시 꺼내는 것도 이젠 지겨웠기 때문이었다. - P49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더 슬픈 말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내 곁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음보다・・・・・・ " - P59

그건 아름다운 여자를 자신만이 소유했다고 믿는 모든 남자들이 두툼한 지갑과 함께 늘 지니고 다녀야만 하는 감정인, 질투심 때문이었다. - P61

폭격으로 전기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무방비도시가 현대사회라면 그 어둠 속에 혼자 고립된 채 살길을 찾아 나서는 게 바로 우리 삶이다. - P62

꽃에는 입술이 없지만 자신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사랑에는 혀가 없지만 네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내라고 종용한다. 사랑을 통해우리는 저마다 위대한 개인으로 자란다. 거울에 비친 그 위대한 개인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사랑해"라고 말할 수 있다. - P66

선영과 진우와 광수가 처음으로 사랑을 배우던 1989년의 키워드는 애국이라는 단어였다. 그건 자신의 조국을 사랑한다는 집단적인고백이었다. 캠퍼스 광장이나 경의선 철길이나 명동성당에서 집단적으로 "사랑해, 조국아"라고 외칠 때, 그건 다시 한번,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는 뜻이다. 자신들을 먼저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자신들을 먼저 사랑해야만 ‘진실로 연애다운 사랑‘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뜻이다. - P68

질투란 숙주가 필요한 바이러스와 비슷하다. 질투란 독립적인감정이 아니라 사랑에 딸린 감정이다. 주전선수가 아니라 후보선수라 사랑이 갈 때까지 가서 숨을 헐떡거리면 질투가 교체선수로투입된다. 질투가 없다면 경기는 거기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 P87

하지만 그 상태는 깊은 사랑이 아니라 깊은 착각에 가깝다. 우리는 서로에게 영원한 타인이다. 우리는 자신을 제외하고는 누구도완전히 알 수는 없다. 혼신의 힘을 바쳐 사랑한다고 해도 우리가모르는 부분은 영영 남게 된다. - P89

현대적인 사랑의 방식이란 우리가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일이다. - P91

삶이 죽음이라는 엄청난 장애물을 뛰어넘는 데 지렛대로 사용하는 게 바로 사랑이다. - P106

"정신 차려, 진우야, 사랑이라는 건 서로 아끼고 위하는 거야. 사랑이란 한 번 사랑했다는 기억만으로도 영원할 수 있는 거야. 하지만 슬프게도 너한테는 그런 기억이 없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말을 쓰면 안 돼."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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