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갈등 수준은 대단히 높아졌지만, 정작 갈등의 내용은유권자의 실질적 이해관계나 사회가 나아갈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인과 정당은 고정 지지자만 바라볼 뿐 반응성(유권자의 여론이나 투표 결과에 대응해 움직이는 것), 책임성(정치 행위나 선거 결과 등에 대한 상벌이 분명한 것)이 결여되어 있다.
_ 들어가며 중 - P6
하지만 현재 한국 민주주의는 공식적인 제도는 안정적일지 몰라도, 그 운영을 담당하는 행위자인 대통령실과 주요 정당은 무능력하다. 이를 압축해 보여주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다.
_ 들어가며 중 - P8
정치의 불안정성, 역량 상실, 타협의 부재는 결국 정치적 의사 결정이 불가능한 사회를 낳는다. "경제 위기 아닌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 "한국 정치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늪" 등의진단이 몇 해 전부터 나오는 이유다. 정치는 공동체에서 늘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갈등과 대립을 조율하고, 집단적 선택을 내리는것이다. 결정이야말로 정치의 본질이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못하는 사회는 미래를 위해 아무것도 바꿀 수 없고, 그저 운이 좋기만을 바라기 일쑤다.
_ 들어가며 중 - P10
굳이 ‘노무현 질서‘라고 이름 붙인 것은 2000년대 초중반 형성된 정치 질서의 핵심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선거에서 실질적으로 경쟁하는, 즉 정권 교체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간주하는 민주주의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것은2002년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당내경선과 대선에서 승리한것은 이전과 다른 대중 동원 방식을 만들어냈기에 가능했다.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그 주변의 정치 엘리트들은 민주당을 ‘개조‘ 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핵심은 당에 의존하지 않고 정치인이 ‘시민‘을 직접 동원하는 기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당내 권력을 잡는 규칙을 확립하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대학교 졸업·대기업 근무 · 대도시 거주 화이트칼라 집단이 사회 전반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중산층 행동주의‘를 바탕으로 성공했다.
_ 들어가며 중 - P13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쪽에서 포퓰리즘 정치는 이미 주류에편입됐다. 두 정당 모두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이질적인 지지 연합을 포괄하는 의제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모순에 봉착해 있다. 여기에 대한 손쉬운 해결책은 ‘적‘을 설정하고, 그 적을 타도하는 것만이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실질적인 목표(다시말해 사회경제적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라는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다.
_ 들어가며 중 - P17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이 어떤 유형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지질문을 던질 때, ‘이탈리아로 가는 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무거운 답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산업화 시대 누적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채 급격히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데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질서가 스스로의 모순에 못 이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모습이 닮았기 때문이다. 또 정치 영역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포퓰리즘적 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새로운 표준이 되는 듯한 양상은 미국, 영국, 일본 같은 나라보다 이탈리아와 닮았다. 한국 사회에서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환호 한편에 미래상에 대한 불안이 짙게 깔려 있는 건, 많은 이들이 ‘어떤 선진국이 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_ 들어가며 중 - P20
현재 한국 정치의 위기는 ‘중산층‘이라는 사회계약의 붕괴에 기인한다. 따라서 한국 정치의 복원은 새로운 사회계약을 만드는 세력에게만 가능할 것이다.
_ 들어가며 중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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