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민복 시인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다. 밤과 낮의 경계인 석양은소행성의 어린 왕자가 마흔네 번씩이나 의자를 옮겨가며 바라볼 만큼 아름다웠고, 바닷가의 노을이 유난히 붉은 것은 그곳이 육지와 바다의 경계이기 때문이다. 이질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계지역 DMZ를 걸으며 나는 깨달았다. 이곳은 꽉 막힌 남북의 현실을 돌파할 수 있는 창조적 공간이며 한민족의 역사와 운명을 바꿀 기회의 땅이라는 것을 경계는 힘이 세다. 냉전의 부산물로 생겨난 경계 DMZ. 고립무원인 줄 알았던 이 땅은 생명이 흐르고 섞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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