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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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북유럽의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일이고, 아마도 제일 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20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23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그토록 춥고 어두웠던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내 고향은 1년 중 9개월 동안 눈이 쌓여 있던 곳이었다.
겨울로 잠수했다가 다시 거기서 빠져나오는 것 자체가 우리 삶의 추동력이 된 리듬이었다. 어릴 적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누구나 여름 세상이 죽는 것을 목격하면서 수없는 얼음의 시련을 견뎌낸 지혜로 언젠가 여름이 다시 부활할 것을 확신하며 살아갈 거라고 믿었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25

엄마를 볼 때마다 내 눈앞에 있는 그 세련된 말투의 잘 차려 입은 여성이 한때 더럽고 굶주리고 겁에 질린 아이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엄마의 과거를 드러내는 것은 손뿐이었다. 지금 엄마가 영위하는 라이프스타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강인한 손이었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28

사람은 식물과 같다. 빛을 향해 자라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33

20년을 실험실에서 일하는 동안 내 안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자라났다. 내가 써야 하는 이야기와 내가 쓰고싶은 이야기.

_ 뿌리와 이파리 중 - P37

세상의 어느 작가도 과학자들만큼 단어 몇 개를 두고 머리를 쥐어짜지는 않을 것이다. 용어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받아들여진 이름으로 물질이나 현상을 식별하고, 보편적으로 합의된 용어를 사용해서 그 물질이나 현상을 묘사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연구한 다음 배우는 데 몇 년씩 걸리는 암호를 사용해서 연구에 관해 글을 쓴다. 자신이 한 일을 논문으로 쓰면서 우리는 ‘가정‘을 하지 절대 ‘추측‘하지 않고, ‘결론‘을 내리지 절대그냥 ‘결정‘하지 않는다. ‘의미가 있다‘는 단어는 너무나 모호해서 쓸모없을 정도지만, 거기에 ‘커다란‘ 이라는 단어를 앞에 붙이면 50만 달러의 연구 기금을 끌어올 수도 있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44

과학은 나에게 모든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나보다 더 오래 살았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내 나무도 그중 하나이다.

_ 뿌리와 이파리 중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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