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슬픔의 거울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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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루이즈는 세 살이었으니, 그것은 다른 거였다. 그것은 청춘의 열정이 아니라, 추잡한 간통이었다. - P208

그 이미지는 루이즈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 두 사람이25년 동안 2백 미터의 거리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것을 생각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현기증이 일면서 한없는 슬픔이 밀려들었다. - P215

「루이즈…… 네 어머니는… 의사에게서 아기를 하나 가졌어.」 - P218

두 손을 꼭 포개어 잡고 시선을 찻잔에 고정시킨 그녀는 더이상 판사 사무실에 있던 눈물에 젖은 남편 잃은 여자도, 이 대화를 허락한 권위적인 부잣집 마나님도 아니었고, 다만 자기남편의, 배우자의 행실에 상처를 입은 한 여인일 뿐이었다. - P236

루이즈는 잠시 거기에 앉아 있었다. 찻잔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어머니가 의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는 살아 있었다.
이 세상 어딘가에. - P239

천만에! 이것 봐, 신부님, 이건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고! 민간인들은 도망치는 거지만, 군인들은 퇴각하는 거야. 뉘앙스가 다르단 말씀이야!」 - P260

루이즈는 지금 청년의 머릿속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의사가 그 일을 부탁했을 때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났던 일과 거의 비슷한 것이리라. 논리적인 이유들과 무력함의 고백과 위반하고 싶은 욕망이 뒤섞인 그 복잡한 감정 말이다. - P268

티리옹 의사는 잔의 이름으로 아이를 버린 후 자신이 다시 데려온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양육했으리라. - P273

어머니는 그 아이를 맡는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게 아니라, 그렇게 하도록 강요한 사람이라는 것을요. 그것은 윤리적인 의무 때문이 아니라그 아이를 증오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리고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데 있어 본인이 가장 좋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었죠. 아이를 맡는 것은 그녀가 모든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우선 자신이 잃은 사랑의 결실을 매일 눈앞에서 똑똑히 봐야만 하는 내 아버지. 또 아이를 버려야만 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아이를 자신이 모욕한 여자의 손에 넘겨 버린 당신의 어머니. 그리고 라울 자신은 단지 존재했다는 이유로 이 세상 모든 사생아들에게 가해지는 것들의 희생자였죠……….. - P288

밤중의 아파트는 달라 보였다. 더 이상 피아노를 중심으로살고 있는 어떤 여자의 거처가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고독한 인간의 피신처였다. - P293

그는 자신을 입양한 사람이 자신의 친부라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 P294

프랑스 정부의 관행이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허용하는 것의 천 분의 일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바였지만, 그래도 너무나 서글픈 광경이었다. - P324

그녀는 페르낭을 보았지만 시선은 그에게 있지 않았다. 그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그의 발밑에 픽 쓰러졌다. 이 순간 그들의 삶은 위에서 아래로 완전히 두 쪽이 나버렸다. 아직은 가까스로 서 있지만 끊임없는 손길을, 혹시 깨지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소중한 화병처럼 말이다. 이 이후로 그들의 삶은 위험과 병과 죽음,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로 헤어질수 있다는 불안감 주위에서 맴돌았다.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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