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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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속의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게 돼있다면, 이 책을 들고 시간여행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거기에 대한 답변도 책에 적혀 있었다. 시간여행자는 어떤 사건을 지켜보고 어떤 사건을 외면할지 결정할 수 있다. 어쨌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결말은 똑같다. 다만 어떤 징검다리를 거쳐 그결말에 이를지는 각자가 선택할 수 있다. 시간여행자는 관찰할 사건을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수정할 기회를 가질 수있다. 기억이 수정되면 우주의 운행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고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_ 진주의 결말 중 - P71

나의 의심은 사람들이 흔히 진심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다.

_ 진주의 결말 중 - P75

지금까지 나의 저울은 누군가가 주장하는 진심 쪽으로 기울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인간을 연민한다. 모든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 자명한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들은 쉬지 않고 헛된 이야기를 만든다. 그 임시방편의 이야기에진심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유진주가 보낸 메일에도 진심 같은 건 없다. 다만 진실은 있다. 지금 그녀가 모슬포에 있다는 사실이다.

_ 진주의 결말 중 - P76

"그래서 저는 이번 방화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유진주는 매우수동적인 희생자로서 살아가다가 어떤 일을 계기로 아버지를 공격한 것 같아요. 방화는 그 일을 지우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것 같고요."

_ 진주의 결말 중 - P82

누군가를 이해하려 한다고 말할 때 선생님은 정말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_ 진주의 결말 중 - P85

아까 타인을 이해하려고 애쓸 때 우리 인생은 살아볼 만한 값어치를 가진다고 말씀하셨는데, 누군가를 이해하는 게 정말 가능하기는 할까요?

_ 진주의 결말 중 - P88

" 중략 ~~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고, 마찬가지로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달을 향해 걷는 것처럼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이라고. 그래서 저는 치매에 걸려 우연히 떠오른 생각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믿는 아빠의 마음을,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사전 경고도 없이 사람들의 운명을 바꾸는 신의 마음을 이해한 사람처럼 살아보기로 한 거예요. 그래서 불을 질렀습니다.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어요. 이해만 있었죠. 소방관들이 우리집의 유리창을 깨는 걸 보고 제 속이 얼마나 시원했게요. 가슴이 얼마나 벅차올랐게요. 저는 비로소 자유를 얻었거든요. 그 순간 전 모든 이야기로부터 자유로워진 거예요."

_ 진주의 결말 중 - P97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더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었다. 아내에게 죽음이란 더이상 신간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었다. 그녀가 더이상 읽지 못할책들이 거기 켜켜이 쌓여 있었다.

_ 비안자그에서 그가 본 것 중 - P102

"밤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로, 밤은 밤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인간은 백오십 리 높이의 대기권에 짓눌려 그 육체적 기관이저녁이면 피로하게 된다. 피로해진 인간은 누워 휴식한다. 육체의 눈이 감기는 바로 그 순간, 생각보다 그리 무기력하지 않은 머릿속에서 또하나의 다른 눈이 열린다. 미지의 세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모르고 지내던 세계의 어두운 사물들이 인간의 이웃이 된다"라고 빅토르 위고는 <바다의 일꾼들>에서 썼다.

_ 바안자그에서 그가 본 것 중 - P108

과거의 아름다움이 우리에게 익숙한 아름다움, 무엇인지 그 정체를 잘 알고 있는아름다움이라면 미래의 아름다움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름다움, 지금까지의 상식으로는 모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아름다움, 그러니까 우리를 두렵게 만드는 아름다움이다. 이 미래의, 두렵지만 우리를 매혹시키는 아름다움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건 우리에게 밤이 찾아와 피로해진 우리 육체가 잠들 때다. 과거라는 이름의 유령들은 잠든 우리 곁을 지키지만, 이제 우리는 거기에 없다. 우리는 다른 곳에서 깨어난다.

_ 바안자그에서 그가 본 것 중 - P108

"~~ 중략 ~~ 우리가 몽상이라고 부르는 보이지 않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라 할 수 있는 이 모든 신비를 언뜻 본다. 꿈은 밤의 수족관이다."

_ 바인자그에서 그가 본 것 중 - P110

"간단해, 헤어질 때는 헤어지는 일에만 집중할 것. 사랑할 때 그랬듯이."

바인자그에서 그가 본 것 중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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