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표 위 경제사 - 대중음악과 자본주의, 그 동행의 역사
이두걸 지음 / 루아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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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이후 서방 세계가 ‘번영의 20년‘을 누리게 된 건 정부의 적극적 개입정책에 따라 시장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결과라고 봐도 무방하다. 양극화 완화와 복지국가 출현 역시 대표 성과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48

영국 역사가 토니 주트는 대처리즘의 대표 특징은 ‘단호한 정부의 채찍질‘이라고 단언한다. 대처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타협의거부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고 정부 지출을 통제하며,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고통스러운 숙제를 애당초 순조롭게 푸는 건 거의불가능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은 알렉산더 대왕의 ‘칼날‘이 필요했고, 그 역할을 대처리즘이 담당했다. 이에 "대처가 아니었다면 도대체 누가 기꺼이 손을 더럽히는 일을 떠맡았을지 생각하기 어렵다" 라는 주트의 평가는 과하지 않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53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냉전시대의 특징이던 미국의 느슨한 화폐정책 대신 전례 없는 긴축적 화폐정책을 펼친다는 뜻이었다. 다만 이는 세계경제에 대한 미국의 절대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금융에 대한 과도한 몰입과 부채에 대한 관용은 거대 경제열강들의 최종 단계에서 아주 전형적이다. 이는 경제적 쇠퇴의 전조다"라는 아리기의 지적은 이를 잘 보여준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56

신자유주의 정책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자본주의의 숙명인 불평등이 급속히 심화됐다는 게 대표적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57

20%에도 미치지 못했다(567쪽 상단 표 참고). 노조 가입률 하락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겹쳐지면서 중간 수준의 임금 하락과 비정규직노동자 증가로 이어졌다. 2014년 월마트의 일반 노동자가 버는 최저시급은 9달러로 1960년대 GM 노동자 임금의 현재 환산 가치인 35달러의 4분의 1 정도에 그친다. 자동차 업종의 중간임금 역시 2003년시간당 18.35달러에서 2013년 15.83달러로 축소되었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60

바꿔 말하면 중간은 사라진 채 매우 부유한 소수의 팰로앨토들과 평균소득에 조금 못 미치는 다수의 세인트 클레어 쇼어스들로 이분화된 ‘두 도시 사회‘가 미국에 도래했다는 뜻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64

최근에는 일자리 및 소득의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의 세습이‘능력주의‘와 ‘공정‘이라는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미국에서의 불평등은 피케티의 논의와 달리 자산만이 아니라 소득에서의 불균형 탓에 초래된다. 상위 1%의 소득 상승분 중 4분의 3은 노동 내 소득 이전으로부터 나온다. 그 결과 2015년 미국에서는 상위 1% 가구가 전체 소득의 22.0%를, 상위 0.1% 가구는 전체 소득의10.9%를 차지하게 되었다. 1950~1970 년 사이 상위 1%의 소득 비중이 10.6%, 상위 0.1%의 소득 비중이 3.5%였던 점을 감안하면 반세기만에 상위 1%의 소득은 2배, 상위 0.1%의 소득은 3배로 늘었다는 뜻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66

마코비츠는 이를 두고 "오늘날의 능력 상속은 능력주의와 기회 사이에 쐐기를 끼워 넣었다. 능력주의는 소득과 부의 원천이 토지가 아닌 노동력인 세상을 위해 맞춤 제작된 귀족 제도"라고 일갈한다." 이에 "사회·경제적 계층화, 비민주적 정치, 부패, 저성장 등이 어김없이 뒤따른다. 따라서 능력주의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적 자원은 오히려 저주가 된다""라고 단언한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중 - P468

하지만 반문화운동으로 대표되는 대중음악계의 정치적 이상주의는 1970년대 들어 급격히 쇠퇴하고, 보수 성향이 대신 자리한다. 이는 음악 공급자만이 아니라 수용자에게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이 정치적 이상주의를 앗아갔다면, 1974년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의 사임은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키운 계기가 되었다. - P472

비관주의의 정조는 당대를 대표하는 곡인 이글스Eagles의 <HotelCalifornia〉가사에 그대로 드러난다. 투숙객이 호텔 지배인에게 와인을 가져다 달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우리는 1969년 이후 그런 술을 들여놓은 적이 없어요." 이후 문 앞에 있던 ‘밤의 남자‘는" 언제라도 체크아웃을 할 수 있지만, 절대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라고 말하며 곡은 긴 기타 솔로와 함께 종결부로 향한다. 곡은 외면적으로는 ‘캘리포니아 호텔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모든 것이 자유롭고 모든 것이 낙관적이었던 1960년대를 지나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는 비극적 상황을 암시하고 있다. 상실과 환멸감 그리고 종말론적이라는 1970년대의 정조가 드리워져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크를 소환하다 - P473

영국 문화이론가 필 코헨PhilCohen은 1950년대 이후 런던 도시개발의 여파를 통해 영국 하위 문화의 등장을 분석하기도 했다. 런던 동부 슬럼가가 개발되면서 해당 지역 노동계급의 공동체 문화가 사라지고, 노동자들 사이에서 정규직과비정규직의 양극화가 나타났다. 이에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권위가아닌 집단 결속과 연대의 요소를 회복하려 했고, 이런 움직임이 펑크등 하위 문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코를 소환하다 중 - P478

디스코는 ‘디스코텍Discotheque‘이라는 단어에서 나왔다. 프랑스어로 ‘음반 도서관‘이라는 뜻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 수입된 최신 재즈 음반을 듣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프랑스의 나이트클럽을 말한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코를 소환하다 중 - P481

이에 디스코음악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밤 문화 전통으로 돌아가려는 보수 성향을 드러낸다고 평가받는다. 실제로 휘황찬란한 의상과 규정된 스텝에 맞춰 춤을 추는 군중 그리고 풍성한 관현악 편곡의 음향 스타일은 1930년대 만찬 클럽과 카바레를 연상시켰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코를 소환하다 중 - P482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의 세계경제는 20세기 후반 못지않게 세계화된 상태였다. 이를 두고 1870년부터 1913년까지를 1차 세계화 시기, 이후 양차 대전과 20세기 중반까지를 세계화 후퇴 시기, 1980년대 이후 2차 세계화 시기로 구분한다. 1차 세계화 시기에는 산업혁명과 교통, 통신의 발전에 따라 세계 각국이 교역을 크게 늘렸다. 금본위제로 통화·외환시장이 안정되어 있었다는 점 역시 무역이 활발해진 배경이다. 반면 세계화 후퇴 시기에는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대공황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렸다. 2차 세계화 시기에는 달러가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데다 다국적 기업의 활동이 활발해졌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등 신흥개도국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우루과이라운드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관세와 비관세장벽이 완화되었다는 점도 무역이 증가한 배경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펑크와 디스코를 소환하다 중 - P489

중산층 붕괴는 중산층의 정치적 영향력 하락을 불러오고, 그에 따라 정부는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부르주아의 공통 문제를 관리하는 위원회‘로 전락한다. 민주주의가 금권정치와 유사한 미국식 형태와 포퓰리즘이나 자국민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유럽식 형태로 변질된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계속되면 불평등이 사라질까? 밀라노비치는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사라질 리가 없다. 세계화의 혜택이 평등하게 분배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_ 장기침체의 시대 중 - P497

‘바람직하지 않은‘ 정책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바람직하고, 모든 국가가 고수해야 할 ‘가장 훌륭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_ 장기침체의 시대 중 - P503

MTV는 음악산업의 작동 방식도 바꿨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유악을 듣는 시대에서 보는 시대로 전환한 것이다. 음반 못지않게 뮤직비디오가 신인과 최신 음악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MV는 새로운 스타를 발굴하는 가장 효과적인 통로가 되었다.

_ 정기침체의 시대 중 - P506

너바나를 계기로 유예된 록의 위기는 다시금 찾아왔고, 결국 2000년대 이후 록은 사실상 대중음악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전 세계적인 저출산 추세에 따라 ‘반항적‘ 청년 세대는 음악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났고, 대신 그자리를 늙은 베이비붐 세대가 차지했다. 1990년대부터 조짐을 보이기시작했던 ‘노스탤지어록‘의 주류화가 더욱 굳건해진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공연수입 톱10 안에 메탈리카Metallica(4위),
롤링 스톤스(5위), 본조비Bon Jovi(6위),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10위) 등 수십 년 전 히트곡을 사골처럼 우려먹는 ‘할배 밴드들이 대거포함된 것보다 록의 노쇠화를 보여주는 더 강력한 증거가 또 있을까.

_ 장기침체의 시대 중 - P516

자랄 수 있었습니다. 본문을 떠올리면 19세기 중반 영국 런던의 부르주아 가정과 1982년 한국 서울의 중산층 가정 그리고 2022년 개발도상국인 베트남의 중산층 가정이 시공을 뛰어넘어 피아노로 연결될 수있을 것입니다. 서경식 교수보다도 운이 좋았던 셈이죠.

_ 나가는 말 중 - P519

그러므로 우리는 공동체와 사회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복원을 꿈꿉니다. 무엇보다 더 나은 자본주의의 미래를 소망합니다. 이는 불임의 허무로부터 벗어나는 길이자, 우리와 후세의 이익을 위해 함께힘쓸 수 있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 늙은 경제학자의 제안처럼,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서 잘못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가를 이야기" (폴 콜리어, <자본주의의 미래>> 합시다.

_ 나가는 말 중 - P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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