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짓빛을 "보라라고 단정할 수 없는 깊은 어둠"이라 하고, 수박 빛깔을 "바다보다 한 차원 높은 숲 빛"이라 하고, 쑥에 대해선 "봄기운이 다글다글 몰려 있어 곁에 앉아 있기만 해도 핏줄 안에 콸콸 피돌기가 감각된다고 말하는 이, 그가 바로 김서령이다. 안타깝게도 2018년 9월, 62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뜬
_ 안동 여자, 김서령 중 - P110
내가 집에 홀리고 선택한 게 아니라, 집이 나를 선택했고 기적처럼 선물처럼 이 모든 걸 가능케 했음을.
_ 나도 이런 커페의 단골이고 싶다 중 - P118
무게라는 언급은 어디에도 없지만 반짝임과 흐름과 슬픔. 샥티(영혼), 첫눈, 호수 위에 떨어진 달, 물에 둥둥 떠다니는 벼룩, 작은 멸치의 눈, 참깨순 등에 붙은 생의기미를 잰다. 무언가를 재는 행위는 길이, 너비, 높이, 깊이, 무게, 온도, 속도의 정도를 알아보는 일, 곧 헤아림이며 지독한 몰입 아니겠나.
_ 잘 가라, 가닿아라 인간 세상에 중 - P126
그래서 나는 그동안 등한히 하거나 무시했던 나무와 꽃에게, 달과 강에게 사과한다. 그리고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서정시에 대해서도 사과한다. 그리고 싸우는 동안 증오의 정서가 필요했고, 증오가 가득한 가슴으로는 ‘사랑’ 이란 말만 들어도 속이 느끼했는데, 이제 나는 그 사랑이란 두 글자에 대해서도, 그것을 노래한 사랑의 시에 대해서도 머리를 바람의 집 중조아려 사과를 한다.(74쪽) _ - P150
"여성의 언어로 쓴 최초의 시"로 기억되길 원한다는 시력 52세의 시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머니의 언어, 누이의 언어, 딸의 언어, 애인의 언어로 시를 낳고 있을 게다. 쓸쓸이라는 갑옷과, 두려움이라는 방탄복과, 고독이라는 투우사의 옷을 맨살에 친친 두른 채.
_ 매혹과의 동행 중 - P164
기억 속의 사람이 울컥 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속수무책 그리울 때가 있다. (280쪽)
_ 나만 알고 싶은 곳 중 - P194
책방은 어린 시절부터의 꿈이었고, 나는 지금 그 꿈을 살고있다. 그것도 이렇듯 나의 책 편애를 편애해주는 이들과 더불어. 그러니 앞으로도 기꺼이, 신나게 책!
_ 나는 지금 꿈을 살고 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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