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공간을 자동차 지배 공간 속으로 납치해온 행위자는 아주 다양하다. 2기 신도시를 건설한국가와 지방정부를 지목할 수 있다. 쇼핑몰을 고속도로에 따라 짓는 유통 대기업도 있다. 아니면 카페를, 창고를, 공장을 짓는 중소 지주나 기업도 있다. 이들 모두가 공유하는 행동 양식이 있다. 자동차 통행을 억제할 방법에 대해 별다른 고민이 없거나, 아예 조장할 동기를 가진다. 한데 뭉쳐 도로의 확대를 요구하고 이를 억제하는 여러 조건을 무너뜨리는 연합을 결성할 수도 있다. 자동차 지배를 당연하게 여기는 시민이라면, 경각심 없이 이 연합에 동조할 수 있다. 이들을 분석하기 위해 토건 연합이라는 게으른 말을 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들의 동기로 인해 망각된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망각된 원칙의 이름은 바로 원인자부담의 원칙이다.
_ 납치된 걷기 공간 중 - P141
이렇게 현행 제도의 세부 사항을 추적한 이유는 이것이다. 원인자부담의 원칙은 지금의 제도에도 포함되어 있지만, 여러 현실에 떠밀려 우리의도시에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시대에 이동을 다시 설계하는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오래된 문제를 오늘의 맥락에서 다시 조명하는 작업이 되어야만 한다. 망각되거나 주목받지 못한 채 도시의 구석진 곳에 잠들어있는 원칙들을 다시, 끊임없이 길어 올려야 한다.
_ 납치된 걷기 공간 중 - P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