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역사 - 지금껏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소비하는 인간의 역사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는 교회나 수도원의 보물실에 성물聖과 신기한 자연물을 모아두었다. 자연물이 포함되었던 이유는 그것이 전능한 창조자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보물실의전통을 통해 르네상스 시대의 ‘스튜디올로studiolo‘라는 개인 서재 공간이 탄생했다. 이 공간은 사적인 감상실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이후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y’으로 진화하게 된다.

_ 수집은 과연 소비 행위인가? 중 - P191

일반적인 소비 행위와는 달리 수집가가 물건을 손에 넣는 과정은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며 선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수집은 ‘투자‘라고 볼 수 있을 만한 행위의 연속이다. 자기가 원하는 물건을 소유하기위해 조사를 하거나 수소문을 하고, 상점들을 돌아다니는 등 끊임없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러셀 벨크Russell W. Belk 같은 학자는 쓸데없고 값도 나가지 않는 아이템을 소유하기 위해 이처럼 공을 들이는 행위에 대해 수집가들에게 "수집은 최고의 사치품 소비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한다.

_ 수집은 과연 소비 행위인가? 중 - P202

경제학자 제이콥 바이너Jacob Viner, 1892~1970는 일찍이 수집 행위는 ‘욕망체감의 법칙‘ (흔히 한계효용체감의 법칙과 동일하게 취급된다)이 적용되지 않는예외적인 소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일반적인 소비 행위에서는 소비의 양과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만족감은 줄어드는 데 반해, 수집 행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즉 수집가는 자신의 컬렉션을 완성해나갈 때 첫 아이템부터 마지막 아이템까지 만족감의 크기가 같거나 심지어 증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활동은 보통 욕망체감의 법칙의 지배를 받기에 생산자들은 같은 카테고리의 물건 내에서도 끊임없이 ‘신상 새로운 상품)‘을 내놓음으로써 욕망체감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_ 수집은 과연 소비 행위인가? 중 - P205

실제로 피임을 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고, 이런 움직임은결국 18세기 말부터 유럽에서 목격되는 ‘성의 혁명‘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성의 혁명은 출산을 위한 성관계만 인정하던 기존 관념을 뛰어넘어 쾌락을 목적으로 한 성관계를 인정하는 인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자위 행위의 증가와 체위의 변화, 그리고 사춘기의 시기를 앞당겼을 뿐 아니라 출산주기의 변화까지 불러온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한 움직임이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여성이 바쁜 농사일이 끝난 늦은 봄에 임신하곤 했지만, 이제 임신한 여성을1년 내내 마주치게 되었다. 그만큼 성행위가 더 많이, 더 자주 이루어졌다는말이다.

_ 의학서라 쓰고 포르노라 읽는다 중 - P219

백화점 도둑 104명을 조사한 결과, 35명의 여성들이 생리 중이었고, 10명은 갱년기였으며, 5명은 임신 중이었다. 이처럼 절반이 넘는 여성들이 소위 ‘불안정한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은 곧 도둑질이라는 비정상적인 행위가 섹슈얼리티와 관계된 병리적 원인을 갖고 있다는 해석을 뒷받침했다. 사실 어찌 보면 너무나도 편리한 해석이었다. 여성이그 타고난 성으로 인해 쉽게 범죄에 빠져들 여지가 많다는 남성 의사들의 주장은 갈수록 거세졌다. 이런 경향은 1900년 전후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는데, 생리 중이거나 배란기이거나 모유수유 중이거나 출산 직후거나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졌거나 갱년기를 겪는 모든 여성은 범죄를 저지르기 쉽다는주장이 의학계에 팽배했다.

_ 병적 도벽 중 - P230

물건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욕망과 집착이 용인되는 한편, 그것이 결국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모순은 자본주의가 드러내는 갈등과 모순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다니엘 벨Daniel Bell, 1919~2011은 이를 일컬어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이라고 정의했다. 한쪽에서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연결된 금욕과 통제의 가치가 고양되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와는 정반대로 쾌락주의와 즉각적인 만족에 근거를 둔 소비주의적인 윤리가 동시에 발전하면서 갈등과 모순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_ 병적도벽 중 - P234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도 얼굴이 과학적으로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서구인들에게 얼굴은 주로 아름다움을숭배하는 대상이지만 야만인에게는 주로 "베어냄"의 대상이라고 비아냥거리며 말이다. 지독하게 인종차별적인 다윈의 이 발언은 이목구비 가운데 코를 가장 주목한 것이었다.

_ 성형소비의 내셔널리티 중 - P238

서구적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싸구려‘ 성형을 감행하는 부위가 코와 눈, 그리고 유방이라는 사실이다.

_ 성형소비의 내셔널리티 중 - P247

그런데 성형수술로 외모가 달라진 경우에는 어땠을까? 흥미롭게도 결과는 성형수술로 외모가 개선되어 수입이 증가하더라도 그 수준이 성형수술비용을 충당할 만큼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측면에서 성형은 ‘투자’라기보다는 본인의 즐거움을 위한 ‘소비‘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띤다고 결론지었다.

_ 성형소비의 내셔널리티 중 - P253

노인들의 새로운 정체성 찾기는 크게 두 방향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나는 과거에 관심은 있었지만 당시 자신이 처했던 상황 탓에 이루지 못했던 목표나 활동을 되살려내서 추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전혀 시도조차하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이런 노력은 모두 기존의 소비 패턴과는 다른 새롭고도 적극적인 소비를 동반하곤 한다. 볼링 같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거나 무언가를 수집하고, 못다 이룬 로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기도 하고, 그림 그리기를배워 스케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등산복이나 낚시도구, SUV차량, 그림도구, 악기에 이르기까지 새로 장만해야 할 물건들이 무수히 늘어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취미 등을 배울 교육 서비스며 여행 상품,그리고 그와 관련된 보험에 이르기까지 소비의 영역은 한없이 폭넓게 확장될 수 있다.

_ 노인을 위한 상품은 없다? 중 - P2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