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자마자 쏟아진 문장 앞에 나는 얼굴을 묻고 울었다. - P13
엄마가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출근하면서 "간다"라고 말하는 인사다. "갔다 올게, 아니다. ‘다녀오겠습니다‘라고 해 봐." 시간에 쫓겨 인사 없이 훌렁 나가는 일이 다반사지만, 아침에 이렇게 한마디씩 나눌여유가 있으면 새삼 깨닫곤 한다. 집 나선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 엄마에게는 평생의 상처라는 걸. 삼십년 넘는 세월이 지나도 희미해지지 않는 흉터가, 엄마에게는 아버지라는 걸. 그래서일까. 엄마는 내가 긴 출장이나 여행을 가기 전에는 밥을 잘 차려 주지 않았다.
_ 엄마, 다으 생엔 내 딸로 태어나 중 - P28
한 사람의 독서목록이야말로 그 사람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책 선물‘은 무척 까다로운 일이다. 내게 보여 주고 싶은 자신의 모습이 선물로 보낼 책 목록 안에 일정 부분 담기게 되리라여겼다. 물론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_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치던 너와 중 - P31
가치관 우선순위를 체크하는 테스트를 했을 때 우리는 둘 다 최우선 순위로 ‘나‘를 꼽았다.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를 돌보고 아낀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우리의 건강함이 마음에 들었다.
_ 꽃을 밟지 않으려 뒷걸음치던 너와 중 - P35
아니다, 안다. 대입 전형에 사활을 걸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과대 대표되어 있다.
_ 이쁘다고 말해 주고 싶다, 너에게 중 - P51
"가난한 아이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그들의 삶에 ‘얼굴을 내밀어 주는‘ 의지할 만한 어른의 존재다."
_ 이쁘다고 마래 주고 싶다, 너에게 중 - P54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에 깊이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_ 할머니, 지금 죽지 마 중 - P62
가난은 돈의 많고 적음으로만 구별되지 않는다. 문화와 교양과취향으로 드러난다. 나는 그 말에서 내가 빠져나온 세계를 본다. 그리하여 안온한 세계에서 구경한다.
_ 아주 평범한 가난 중 - P70
앞으로 ‘당할 일들이 떠올라 고통스러웠고, 무서웠고, 서러웠다. 이 아이가 자라는 동안경험해야 할 모든 일들이 먼저 경험한 내게 무게로 다가와 나를 짓눌렀다. 가장 무서운 것은 아이 부모의 가난이었다. 나는 우리의 가난을 늘 대수롭지 않아 했지만, 그건 사실 가난이 삶의 많은 것을 결정하는 대수로운 일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핏덩이‘는 내가 가난때문에 늘 상처받는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켰다.
_ 아주 평범한 가난 중 - P75
내면의 힘을 발견하고 기르는 편에 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보려 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힘은 누군가로부터 오는 게 아니라(빈곤은 이런 방식으로 산업화되었다) 나에게도 있다는 걸, ‘가난한‘ 우리도이 세계의 일부이고 책임 있는 구성원이자 시민이라는걸 믿으면서.
_ 아주 평범한 가난 중 - P76
(……) 어떤 헤어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순간이 아니라 일생이 필요하기도 하답니다."
_ 네가 남겨둔 말 중 - P79
무언가를,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굉장한 재능 중 하나다. 꼭 그만큼 삶이 넓고 깊어진다. 싫어하는 것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을 늘려 가면서 살고 싶다.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이 늘어날 때마다 싫어하는 것들이 나를 침범해 올 때 숨거나 도망갈 수 있는 요새를 짓는 기분이 든다.
_ 네가 남겨 둔 말 중 - P83
살아 있는 일은 마음에 그렇게 몇 번이고 무덤을 만드는 일임을, 슬픔은 그 모든 일을 대표하는 감정이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_ 네가 남겨 둔 말 중 - P84
여성으로 사는 일은 일상의 크고 작은 성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페미니즘 덕분에 삶에서 아주 도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 페미니즘은 내게 입이 되어 주고, 목소리가 되어 주었다.
_ 나의 영원한 미제 사건 중 - P91
그러나 ‘아는 것‘과 ‘사는 일‘은 별개였다. 먼지 쌓인 묵은 기억은 편히 쉬지 못했다. 몸이 기억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_ 나의 영원한 미제 사건 중 - P93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살아 있는‘ 일이다. 고통의 원인은 내가 아니라 사회다. 수치심은 비밀 안에 싸여 있을 때에나 존재한다.
_ 나의 영원한 미제 사건 중 - P95
나는 아니, 아니는 생을, 우리는 서로를 포기하지 않았다. - P99
아, 형이 데려가실래요?" 귀로 듣는 사연과 눈앞의 사연은 그 무게가달랐다. 그는 고양이와 살아 본 사람, 그리하여 마당냥의 운명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_ 이 글은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중 - P103
사랑은 피곤을 동반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는 일임을 배웠다.
_ 이 긓은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중 - P109
그림 속 고양이는 인간의 슬픔을 신경 쓰지 않는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자신의 공간을 내어 주되,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개입하지 않는다. 고양이의 어떤 무심함이 사람을 살린다는 걸 나는 안다.
_ 이 글은 우리 집 고양이가 썼습니다 중 - P113
"가족은 거주지, 혈연, 법체계에 의해정의된 고정된 범주나 구조가 아니다. 사람은 복잡하고 유동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에 가족은 구성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데이비드 모건은 가족의 핵심으로 친밀성과 돌봄, 경제적 부양을 꼽는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이지만 구성원 간 상호작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다고 본다. 가족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doing family)‘이라는 관점으로 전환할 것을 요청하는 이 제안은 이후 가족사회학 연구를 확대하는데 기여한다.
_ 누구나 특별한 사람을 가질 권리 중 - P125
그러나 ‘안다’는 것은 기쁨인 동시에 외면하고 싶은 고통이었다.
_ 우리 같이 망해 봉까요? 중 - P132
"성평등이란 단순히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커다란 실패를 허용하는 것이다."
_ 우리, 같이 망해 볼까요? 중 - P135
천국 아니면 지옥만 있던 지독하게 선명한 세계에서 걸어 나온 나는 무엇이든 예전처럼 함부로 확신하지 않는다. 여러 개의 진실과 사실 앞에서 차라리 무력한자로 남기를 기꺼이 선택한다.
_ 여러 개의 진실 앞에서 중 - P143
"결혼‘이 ‘착취‘의 동의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설치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들이 열고 있다.
_ 무례한 가족보다 예의를 지키는 남 중 - P153
다만 "연대는 분열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릎이 꺾일 것 같은 순간 힘없이 뒷걸음질치고 고개 돌렸던 우리 자신을 보듬는 힘" 이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하면서.
_ ‘9‘ 들의 세상 중 - P160
서글픔과 피곤함이 ‘기어이‘ 다정과 평화를 닮아 가는 일은 타인과 세상을 알고자 하는 마음을 통과하는동안 이뤄지는 것이다. 모르겠는 것, 이해할 수 없는일들이 ‘알고 싶다‘는 마음이 될 때 우리는 연결된다.
_ 묘지에서 하는 운동회 중 - P165
"양극화된 미디어는 공통점을 강조하지 않고 차이를 무기화한다. 상대편의 좋은 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최악을 보여주며 협박한다."
_ 며지에서 하는 운동회 중 - P168
이러니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을, 나는 도리 없이 믿어버리게 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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