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허무하다. 허무는 인간 영혼의 피 냄새 같은 것이어서, 영혼이 있는 한 허무는 아무리 씻어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인간이 영혼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듯이, 인간은 인생의 허무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인간의 선의 없이도, 희망 없이도, 의미 없이도, 시간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상태를 꿈꾼다.
_ <허무를 직면하다> 중 - P10
이 광활한 우주는 마음이 없다. 조물주는 모든 것을만물에 맡길 뿐, 사사로이 간섭하지 않는다. 이 무심한 세상에서 반성하는 마음을 가진 희귀한 존재로서 인간은 불가피하게 묻는다. 나무의 침묵에 대고 발톱을 날카롭게가다듬은 뒤, 어려운 일을 묵묵히 하러 갈 칠흑처럼 검은곰을 생각하며 묻는다. 어떻게 이 세상을 사랑할 것인가.세상에는 악이 버섯처럼 창궐하고, 마음에는 번민이 해일처럼 넘치고, 모든 것은 늦봄처럼 사라지는데, 어떻게 이세상을 사랑하는 일이 가능한가.
_ 봄날은 간다 중 - P22
이처럼 사람들이 글을 써 남기는 것은 하루살이에 불과한 삶을 견디기 위해 영원을 희구하는 일이다.
_ 허무속에서 글을 쓰다 중 - P28
부서진 성수대교는 말한다. 삶은 온전하지 않다고, 이 세상에 온전한 것은 없다고, 과거에 무엇인가 돌이킬수 없이 부서져버렸다고, 현재는 상처 없이 주어진 말끔한 시간이 아니라 부서진 과거의 잔해라고, 그러나 그 현재에 누군가 살고 있다고, 폐허를 돌이킬 수는 없으나 폐허를 응시할 수는 있다고, 폐허를 응시했을 때 인간은 관성에서 벗어나 간신히 한 뼘 더 성장할지 모른다고, 성장이란 폐허 속에서도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채 폐허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일이라고.
_ 폐허를 응시하다 중 - P34
시간이 흐르면 거품은 터지고, 꿈은 사라질 것이다.
_ 인생은 거품이다 중 - P57
아침이 오면 거품 같은 인간이 세면대 앞에서 비누거품을 칠하고, 자신의 오래된 거품인 피부를 씻는다. 또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부풀어 오르지만 지속되지 않을, 매혹적으로 떠오르되 결국 하늘에 닿지는 못할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또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_ 인생은 거품이다 중 - P61
나이가 들수록 경직이란 과제와 싸워야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죽은 뒤에야 비로소 사후 경직이 찾아온다.
_ 죽음과 함께 춤을 추다 중 - P69
막상 시체를 두 눈으로 보고 나자 그들의 마음은 더 이상 시체를 보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인생이란 유한하며,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엄연한 사실, 모두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우연과 허무의 물결을 이럭저럭 헤쳐나가고 있음을 철부지들조차 깨닫게 된 것이다.
_ 시체를 보다 중 - P77
아직 미망에 사로잡힌 (우리) 보통 사람들은 오늘도허무한 일상 속을 그림자처럼 걷는다. 마치 셰익스피어의희곡 「맥베스」의 주인공처럼.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 불쌍한 연극배우에 불과할 뿐/무대 위에서는 이 말저 말 떠들어대지만/결국에는 정적이 찾아오지, 이것은하나의 이야기/바보의 이야기, 분노에 차 고함치지만/아무 의미도 없는."
_ 해골에게 묻는다 중 - P85
시간 구분은 다름 아닌 인간이 스스로 만든 거라는점을 깨달았을 때야 비로소 이 싸움은 끝날 것이다. 깨달은 사람은 사리가 생기고, 그 사리의 내공에 힘입어 먼데이를 물리친다. 깨닫지 못한 사람들은 사리 대신 요로결석이 생길 뿐. 먼데이가 오면 할 수 없이 출근해야 한다.
그뿐이랴. 아까운 월차를 내서 요로결석 치료를 받아야한다.
_ 시간이란 무엇인가 중 - P94
그 규칙적으로 작동되는 세계 속에서 당신도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해온다. 그 신호에 반응하는 마음이야말로 일상의 어둠에서 인간을 잠시 구원할 것이다. 자기 안에서 무엇인가 정처 없이 무너져내릴 때, 졸렬함과 조바심이 인간을 갉아먹을때, 목표 없는 분노를 통제하지 못할 때, 자기 확신이 그만무너져 내릴 때, 인간을 좀 더 버티게 해줄 것이다.
_ 시간속의 삶 중 - P96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오는 초조함도, 목표를 달성했기에 오는 허탈감도 없이,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에 사라질 내 삶의 시를 쓸 수 있기를 바란다.
_ 시간속의 삶 중 - P98
재즈의 핵심은 악보에 집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즐기고 궤도를 이탈해가면서 즉흥 연주를 얼마나 유연하게 해내느냐에 있다. 삶도 소울 재즈라면, 미리 정해둔 목표 따위는 임시로 그어놓은 눈금에 불과하다. 관건은 정해둔 목표의 정복이 아니라,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자기 스타일을 갖는 것이다.
_ 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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