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 심윤경 장편소설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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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라는 단어가 검은 동굴처럼 두려움을 주는 막막한 어둠이었다면 할머니 동생 삼촌처럼 혈육을 칭하는 말은 아예 아무런 의미나 형태를 가지지 않는백색 평면이었다. - P78

우상초등학교 아이들은 시현만 알았고 우리 동네 사람들은 곽은태 선생님만 알았다. 시현과 곽은태 선생님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는데, 나는 이 사실을 혼자 감당하기 힘들었다. 부모와자식은 닮기 마련이라는 자연의 법칙이 곽씨 가문에서 깨졌다. - P86

반석 같은 아빠의 어깨 위에서 자란 시현이 그토록 휘청거리는것을 생각하면, 내가 이모의 품속에서도 쉽게 흐느낌을 멈추지 못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 P89

생일파티란 고통스러우면서도 설레는 일이었다. 집으로 초대받으면 너무 긴장해서 나중에 꼭 배탈이 나고 말았지만, 물큰한 홍시처럼 손가락에 묻을것 같은 그 진한 집과 가족의 냄새가 두려우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 P92

심장이 더욱 심하게 쿵쿵 뛰었다. 시현과 같이 공부한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곽은태 선생님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매우 격렬한 두려움과 매혹이 한꺼번에 찾아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P105

마지막까지 단호하게 시현에게만 눈길을 못 박고 사라지는 덩치 큰 뒷모습이 내 가슴에 아련한 생채기를 남겼다. 그렇게 자기 아이만 바라보는 사람, 그것이 아마도 진짜 부모일 것이다. - P126

교통카드의 잔액이 충전되지 않은 날이면 나는 학교가 끝난 뒤 한시간쯤 걸어서 집에 가곤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서 영어 수학 피아노 태권도는기본인 것처럼, 비싸지 않다고 하면서 우리에게는 숨이 넘어가도록 비싼 비용이 들 것이 분명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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