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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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는 누나를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어머니가 사람을 만나 안락하게 지내는 것을 못마땅해하면 안 돼. 그리고 그는 만약 자기가 그 문장을세라 누나에게 속삭이고, 세라 누나는 케이틀린 누나에게 속삭이고, 케이틀린 누나는 아버지에게 속삭이는 식으로 한 바퀴 빙 돌아서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이르면 어떤 문장이 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타운하우스는 나 같은 사람의 지시는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부하의 지시는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 P430

에밋은 그날 아침의 익명성과 무관심함에 실망스러운 감정을 느꼈지만, 이제는 그걸 바라게 되었다. 그는 뉴욕 시민이 왜 그렇게 단호한 걸음걸이로 바삐 걷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부랑자와 떠돌이와 타락자들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보내는 신호였던것이다. - P455

"~~ 중략 ~~우리가 정말로 버림받았다는 걸 알았을 때에만 우리는 다음에 일어날 일은 우리 손에, 오직 우리의 손에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이지." - P471

울리의 누나가 유령처럼 부엌으로 들어왔다. 기다란 흰 가운을입고 문간에 나타나 불 꺼진 방을 소리 없이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발이 바닥에 닿지 않고 나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유령이라 해도 그녀는 울부짖고 신음하면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그런 끔찍한 유령이 아니었다. 그녀는 외롭고 쓸쓸한 부류의 유령이었다. 이런 부류의 유령은 아무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물이나 사람을 찾아 대대로 빈집의 복도를 배회한다. 사람들은 이런 것을 ‘방문‘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 P490

이제 그는 나에게 주차할 수 없다는 말을 하는 대신 울리 쪽 문을열어준 뒤 모자를 벗어 감사 표시를 하며 우리를 빌딩 안으로 안내했다. 이런 것을 사람들은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 P572

아무튼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상황이 신중하게 꾸민 계획을 망치는 쪽으로 흘러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가능한 한빨리 공을 가로채는 것이다. - P575

정말 놀라운 것은 식물이었다. 애버네이스 교수의 사무실에 있는 동안 빌리는 이제 자기들은 3년전에 사용을 멈춘 고가철도의 한 구역으로 갈 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울리의 눈에 이 구역은 수십 년 동안 버려져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야생화와 관목이 있었으며, 철로 침목 사이의 풀들은 거의 무릎 높이까지 자랐다. - P594

"교수님, 나는 인생의 가치 있는 모든 것은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드시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이에요. 왜냐하면 가치 있는 어떤 것을 열심히 노력해서 얻지 않고 거저 받은 사람은 그걸 낭비하기 마련이니까요. 난 존경심은 노력해서 얻어야 한다고 믿어요. 신뢰도 노력해서 얻어야 합니다. 여자의 사랑도, 자기 자신을 남자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도 노력해서 얻어야 하고요. 희망할수 있는 권리도 노력해서 얻어야 해요. 한때 나는 희망의 샘을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닌 샘을 가졌죠. 그래서 난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몰랐고, 아내와 아이를 떠나던 날 나는 그걸 낭비한겁니다. 그리하여 지난 8년 반 동안 나는 희망 없이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카인이 놋 땅에 들어간 뒤로 희망 없이 살았던 것처럼 말이에요." - P596

그런데 모닥불 옆에서 율리시스가 애버네이스 교수에게 ‘마침내 나는 다시 희망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을 때, - P597

"~~ 자신의 삶을 3인칭으로, 그리고 과거형으로 살아온 그런 낭비자일 거예요. 그러니 우선, 내가 당신에게 하는 말은 모두 지극히 주제넘은 말일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할게요." - P598

"무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하나는, 무한이란 것은 정의에 따라모든 것이 하나씩 있는 것뿐 아니라 둘씩 있는 것, 셋씩 있는 것도다 포함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우리 자신의 분신 같은 존재가 인간의 역사에 드문드문 산재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 그런 존재가 전혀 없다고 상상하는 것보다 실질적으로 덜 이상해요." - P600

"모든 걸 종합해볼 때," 울리가 눈가의 눈물을 훔치며 혼잣말을 했다. "그 모든 걸 종합해볼 때, 하루의 시작이 시작다웠고, 중간이 중간다웠고, 끝이 끝다웠던 오늘 하루는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는걸 부인할 수가 없어." - P603

우리는 우리 앞에 없는 것에 대해 열중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보다 우리 앞에 있는 것에 열중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한결 덜 불안할 거야. - P613

" ~~ 제논이 실질적인 가치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논쟁을 위해서 자신의 증거를 밀고 나간 것처럼 보인다는 거로구나. 그런데 그렇게 보는 사람이 너 혼자만은 아니야. 사실, 그런 논법에 대한 용어도 있단다. 거의 제논만큼이나 오래된 용어인데, 그걸 궤변sophistry 이라고 해. 그리스어 소피스테스 sophistes에서나온 말인데, 기발하거나 설득력은 있지만 반드시 현실에 근거한것만은 아닌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친 철학 및 수사학 교사들을 일컬어 소피스테스라고 했지." - P622

"나는 전쟁이 우리 일자리를 앗아 갈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변두리로 전락한 동네가 우릴 그렇게 만들어버린 거였어." - P629

엄밀한 의미에서 이것은 정직한 요구가 아니었다. 그러나 기독교는 일반적으로 독한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리는반면, 적포도주 한 모금 정도는 용인할 뿐만 아니라 성찬식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교회가 일반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리지만 가벼운 선의의 거짓말은, 하느님을 섬기면서 하는 거라면, 주일날의 포도주 한 모금처럼기독교적인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651

어떤 면에서는 자존심과 시기심도 머물러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자존심이 자기 주위에 쌓아 올린 것에 기초하는 것처럼 시기심은 자신의 이웃이 길 건너편에 쌓아 올린 것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 P655

구두법은 그의 적이 아니라 아군이라고 말했다. 그 작은구두점들-마침표, 쉼표, 콜론은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른사람들이 분명히 이해하도록 그를 도와주기 위해 쓰이는 거라고 했다. - P670

에밋은 샐리도 그와 마찬가지로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점도 위안이 되었다. 다른 사람도 비슷하게 비난의 아픔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오는 위안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옳고 그름에 대한 자신의 감각이 다른 사람과 공유되었고, 그래서 더 진실에 부합한다는 것을 알게 된 데서 오는 위안이었다. - P675

휘트니 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대답에 대한 동의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안심시켜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는 것을 에밋은 알 수 있었다. - P695

"우린 젊을 때 우리의 악과 분노, 시기심, 자존심을 억누르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 자신에게 가르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보기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결국 생각과 달리 미덕에 의해 저해되는 것 같아. 만약 어느 모로 보나 장점인 특성을 받아들여서 그러니까 목사와 시인이 칭송하는특성, 우리 친구들에게서 발견하고 존경하게 되는 특성, 우리 자녀에게 길러주고 싶은 특성을 받아들여서 그 특성을 어느 가엾은 영혼에게 풍성하게 준다면, 그것은 거의 틀림없이 그 사람의 행복에 장애가 될 거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 영리하게 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이익을 너무 참고 인내하는 사람도 있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너무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 - P698

그런데 실은 그 세 가지 질환은 다음과 같은 동일한 문장에 해당한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저 끝 점에서의 삶의 협소함. 이 친구들의 활동 영역은 세계 그 자체에서 자기 나라로, 이어 자기 카운티로, 자기집으로,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방 한 칸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들어서, 그들은 눈멀고, 숨이 가쁘고, 기억하지 못하는 육신으로 그 방에서 생을 마감할 운명을 맞는다. - P713

아버지 말에 따르면, 우편집배원이라는 직업은 미국 정부가 친구를 사귀라고 돈을 주는 직업인 거야." - P731

나는 미국에는 정말 커다란 것이 많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은 크다. 미시시피강과 그랜드캐니언은 크다. 대초원 위의 하늘은 크다. 그러나 인간의 자기 과대평가보다 더 큰 것은 없다. - P744

크세노스는 평범하고 소박한 옷을 입은 주변 인물로,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경비원이나 종업원으로, 심부름꾼이나 사환으로, 가게 주인, 웨이터, 방랑자 등으로 나타났다. 크세노스는 보통 이름이 밝혀지지 않고,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흔히 망각 속으로 사라지지만, 그러나 그는 항상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 나타나서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필수적인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 P778

빌리는 그의 형도 아킬레우스와 똑같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에밋은 무모한 사람이 아니었다. 형은 목소리를 높이거나 조바심을 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일단 무언가가 에밋형의 화를 돋우면, 형의 분노의 힘은 부글부글 끓어올라서 돌이킬 수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분별없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 P784

자기 안에있는 힘은 본질적으로 새로운 것이며, 자기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고, 자기는 이제 막 그것을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을 믿었다. - P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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