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소설, 향
김이설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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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줄게."

조용히 내 손을 잡아준
동생의 그 따스한 체온을
나는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_ 필사의 밤 중 - P68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절대 시간과 절대 노동, 절대적인 참을성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누구든 당연히 어렵고 고단한 일이었다. 어미라고 결코 쉬울 리가 없었다.

_ 필사의 밤 중 - P77

그 사람과 만나온 8년간 더없이 그 사람을 사랑한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늘 불안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 내가 이렇게좋은 걸 누리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 나는 행운과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 인생은 내 마음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는 생각,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도 상관없을 것 같은, 내 삶은 그렇게 예정된 것 같다는 생각………. 정말 내 생각이 그런 것인지, 그렇게 기억해야만 내가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것인지는 나도 구분하기 어려웠다.

_ 필사의 밤 중 - P92

가난했던 연애였지만 가난한 사랑으로 기억되진 않았다.

_ 필사의 밤 중 - P93

그러나 아무도 나의 노동을 경제적 가치로 인정하지 않았다. 집안일이란 집에 있는 사람이면 하는 일, 바깥 일이없는 이가 하는 일이거나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어서 아무도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렸다. 가치로 환산할 의미조차 없는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니 나는 가난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점점 더 말수를 잃었고, 내 의견은 좀처럼 누구에게도 마음을 끌지 못했다.

_ 치우친 슬픔이 고개를 들면 중 - P104

가족은 공동 희생 구조였다.

"당신 꿈은? 당신 인생은? 그렇게 희생하면 나중에 알아주기나 할 것 같아요?"
"안 알아줘도 상관없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일이야."
"그 책임을 왜 당신이 져야 하는데요."
"나는 이미 진작에………."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했다.

_ 치우친 슬픔이 고개를 들면 중 - P113

인생은 길고, 넌 아직
피지 못한 꽃이다.
주저앉지 마.

_ 치우친 슬픔이 고개를 들면 중 - P118

미세먼지가 극심하다는
재난 문자가 매일 울려댔다.

큰 산불이 빈번히 일어나는계절이었다.

세상은 무섭고,

사람들은 더 믿을 수 없으며,

자연은 매 순간
황폐해지고 있었다.

_ 여름 그림자 중 - P127

처음부터 개새끼는 끝까지 개새끼였다. 나는 강단 있게 정리하지 못하는 동생이 더 답답했다. 모질게 굴어야 할 새끼한테는 질질 끌려다니고, 그저 한없이 감싸고 안아야 할 제 자식들에게 데면데면하게 구는 동생이 이해되지 않았다.
_ 여름 그림자 중 - P134

나는 나에게 화가 나고, 나에게 실망하고, 나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_ 여름 그림자 중 - P136

더 늦기 전에, 정말 식구들에게 발목이 잡혀 땅에 묻히기 전에, 나는 쉴 곳이 필요했다. 나는 도망칠곳이 숨어 있을 곳이 필요했다. 적어도 식구들과 거리감을 둘 공간이 필요했다.

_ 여름 그림자 중 - P152

보호하는 입장에서 보호받는 사람이 되는 일, 다른 처지에서 안전함과 안락함을 느끼는 일은 새삼 달콤했다.

_ 시인의 밤 중 - P155

사소하지만 너무 사소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 같지만 여섯 살과 네 살을 혼자 키우는 사람에게는 전혀 불가능했던 일들. 사실은 긴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건 벌이였고, 방이었으며, 다시 시를 쓰는 일이었다.

_ 시인의 밤 중 - P163

헤어졌던 시간을 생각하면 서로의 손에 똑같은 모양의 반지를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정은 더없이 지극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우리의 끝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_ 시인의 밤 중 - P171

그러나 지금은
잠시만이라도
나는 나로 살고 싶었다.

_ 시인의 밤 중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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