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공간은 모두 라스베이거스다. 첨단 건축 이론으로 무장한 건축가들도, 자가용 비행기로 대륙을 누비는 디자이너도, 개발업자와 종합 건설업체의 영혼 없는 대량생산 주문에 합세한다. 그들의 유혹하는 ‘아름다운‘ 집은 카메라의 피사체로 인스타그램에만 있을 뿐이다. _ 정직하고 사심없는 중 - P104
1970년대 지은 삼척의 주택, 홋카이도의 함석집, 구이저우성의 나무 집은 가난에서 나온 집이니 단열 완벽할 리 없을 터이고 마감의 어설픈 솜씨는 감추지 않았다. 그런데도 싱싱하다. 눈속임 무늬를 붙이지 않았다. 로댕의 글 <예술의 숲>도, 움베르트 에코의 문장 <미의 역사>도 아름다움은 선한 것이라며 미학 이야기를 시작한다. 선한 집은 정직하게 지었다. 정직한 집이 아름답다. 울지 마라, 가난한 집들아. 선하여 그대 하늘의 아름다움을 가졌으니. _ 정직하고 사심없는 중 - P106
원래 가장 솜씨 뛰어난 목수는 집 짓는 대목이거나 가구 장인이 아니고 배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암스테르담, 델프트 근대건축의 디테일이 유럽 다른 도시에 비하여 월등한 것은 이 배를 건조하는 목수들이 집도 지었기 때문이다. _ 반 고흐의 오두막 중 - P118
작은 집은 편안한 집이다. 한국, 중국, 일본의 어느 옛 그림에도 집은 작고 소박하며 화폭을 지배하지 않고 살짝 얹어 있을뿐이다. 우리의 미학은 이러하다. _ 무릎 맞닿은 집, 용슬재 중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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