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의 힘 2 - 지리는 어떻게 나라의 운명을, 세계의 분쟁을,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2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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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가만히 앉아서 카탈루냐를 잃을 생각이 없다. 이런 입장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국가의 위신과 경제 문제도 있지만 때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바로 지리적 문제다. 스페인 역사를 돌이켜보면 북쪽의 침략자들은 대개 피레네 산맥 양측에 좁게 펼쳐진 나지막한 땅을 통해 이 나라로 진입했다. 그곳이 바로 북서부의 바스크 땅과북동부의 카탈루냐 땅이다. 북쪽에서 스페인이 펼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어는 이 통로를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카탈루냐나 바스크가 분리 독립해 버린다면 스페인에게는끔찍한 저주가 될 것이다. 이 두 지역이 스페인 중앙 정부에 적대 세력이 된다면 악몽이나 다름없다. 현재는 피레네 산맥을 관통하는 터널이 뚫려 있지만 군사적으로 보면 이 터널도 쉽게 봉쇄될 수 있다. 이 통로는 유럽의 나머지 지역에서 스페인의 주요 지상 보급로로 연결되고, 카탈루냐와 바스크 두 지역은 바르셀로나와 빌바오를 포함한 스페인 주요 항구의 본거지가 되기도 한다. _ 스페인 중 - P414

이 나라는 계속해서 외부의 압력에 직면하겠지만 가장 큰 도전은뭐니 뭐니 해도 내부, 즉 지리에 근거한 것이다. 1500년대에 하나로합쳐졌던 이 왕국은 가까운 미래를 위해 여러 지방 정부가 모인 하나의 민족국가와 거기서 야기되는 긴장감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프랑코 시대에 흔히 들었던 "스페인은 유럽이 아니고 유럽이었던 적도 없다." 라는 정서가 이 나라에서덜 타당하게 여겨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_ 스페인 중 - P421

투키디데스는 오늘날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을 당시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리스 북쪽에 있는 산들은 그 방향으로 교역을 하는 데는 방해가 되지만 육로를 통해 지상으로 공격해 오는 적의 위협을 막아주는 데는 좋은 방벽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그리스가 안정과 번영을 구가하려면 에게해의 제해권을 장악해야 한다. 즉 해양 강국이 돼야 한다. 따라서 <바다와 산>이라는 두 요소야말로 그리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다. _ 그리스 중 - P213

고대에는 이 바다들이 문명과 문명을 이어주고 새로운 사상과 부,
때론 갈등까지도 불러오면서 세계를 연결해 주었다. 오늘날 이 바다들은 그리스가 유럽 못지않게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있다. 고대부터 그리스의 지리는 이 나라를 제약하기도, 열강들의 게임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유럽의 남동쪽 귀퉁이에서 에게해를 맞대고 있는 이웃이자 숙적인 거구(터키)와 대결 태세를 취하고 있는 그리스는 이제는 EU, 러시아, 나토, 어수선한 중동, 그리고 난민들이 야기한 위기의 교차점에 서 있는 처지가 되었다. _ 그리스 중 - P215

반도의 황폐한 지형은 그리스 사람들을 유능한 뱃사람으로 만들었다. 본토 안에서도 육상 무역은 쉽지 않았던 터라 (지금도 그렇지만) 상인들은 해안선을 따라다니면서 물건을 팔았다. 이러한 지리적 여건이 의미하는 바는 해상 무역을 기반으로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한 그리스는 바다 위 교역로를 반드시 지켜야 했으며 그 결과로 강력한 해군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정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다. _ 그리스 중 - P217

이 전투의 결말은 페르시아의 그리스 점령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에페르시아군은 패배한다. 이 일로 아테네인들은 6.5킬로미터 떨어진 피레우스 항구로 내려가는 폭 200미터 길목까지 이어지게끔 성벽을 확장한다면 누구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도시를 만들 수 있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강력한 해군력까지 겸비한다는 것은 아테네가 포위를 당하더라도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결국 핵심은 해상 권력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이 교훈을 결코 잊지 않았다. _ 그리스 중 - P219

1947년 영국은 더 이상 그리스를 방어하는 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미국에게 이 역할을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자 미국은 그리스군대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힘이 세진 그리스군은 공산주의자들의 본거지인 산악지대를 소탕했다. 지난 세기들처럼 외부 세력이 상황을주도했고, 이전 세기처럼 지중해 유역에서 현재는 러시아가 된 소련을 저지한다는 것이 주요 명분이었다.
_ 그리스 중 - P230

그리스의 또 다른 방어 목표는 이오니아해의 코르푸섬에 대한 지배권을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고대와는 달리 가까운 미래에 특별히 이곳을 위협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따라서 그리스로서도병력을 굳이 서쪽에 투입할 생각은 없다. 그리하여 방어력은 에게해, 특히 로도스와 크레타섬 그리고 좀 더 동쪽인 지중해의 섬나라 사이프러스로 집중된다. _ 그리스 중 - P239

구제 금융을 받는 그리스에게는 군사적으로 대응할 자금이 없다는것을 잘 알고 있는 터키는 그 기간 동안 해군력을 증강했지만 나 토의 두 회원국인 이들의 힘은 아직은 막상막하다. 그리스 해군은 잠수함 전력에서는 확실히 우세하지만 터키도 대잠수함전에 꽤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다. 게다가 터키는 가용 인력이 훨씬 많다. 그리스가 여전히 징병제를 폐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도 부분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_ 그리스 중 - P242

국내로 눈을 돌려봐도 해묵은 지리상의 분열은 여전하다. 아직도 아테네를 마뜩잖게 바라보는 여러 지역들이 있고 현대 국가의 평범한 일상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곳들도 남아 있다. 모든 그리스인들은 여전히 바다에서 100킬로미터 이내에 살고 있고 그들의 정신 속에, 산업에, 그리고 교역에서도 바다는 늘 가까이 있다. 전략적인 측면에서 그리스인들이 염려하는 것은 제우스, 아폴론, 아프로디테가 살고 있는 올림포스산을 올려다보던 그 시절과 딱히 달라진 것이 없다. 그 사이 신들은 떠났고, 제국들은 왔다 갔고, 동맹도 바뀌었다. 그러나 그리스를 만들었던 그 상수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산과 바다 말이다. _ 그리스 중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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