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늬와 마주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람의 뒷모습에 대해. 사람의 진짜 뒷모습은 뒤통수가 아니라 발자국이라는 사실에 대해.
_ 무늬의 뒷모습 중 - P79
모르는 사람의 뒤에 앉아 그의 등을 꼭 껴안고 바람을 가르며 밤길을 달려본 유일한 날이었다. _ 길을 잃고서 만난 사람 중 - P102
두 사람
어떻게 한 사람은 두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도대체 얼마만큼 서로 멀리 있다가 그 옆으로 나타나게 된 것일까.
한 사람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함께 지낸 어제를 두 사람은 얼마나 비슷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지금 두 사람에겐 아무것도 없다. 한 사람만이 있다.
해는 서서히 식어 붉어지고 바다 너머로 사라지고
바다 건너 먼 곳으로부터 한 겹 한 겹 파도가 도착한다.
_ 두 사람 중 - P104
시골마을
목적지보다는 목적지에 가다가 만난 시골 마을이 더 좋았다.
시골 마을보다는 시골 마을의 사람없는 골목이 더 좋았다.
사람 없는 골목보다는 심야에 혼자 불 켜진 라멘집이 더 좋았다.
라멘을 먹는 일보다 라멘을 먹고 돌아온 숙소의 따뜻한 이부자리가 더 좋았다.
백년 전에 지어진 집의 삐걱이는 마루를 걷는 일. 백년 전부터 그 자리에 놓인 낡은 반닫이 서랍을 열어보는 일. 백년 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나란히 두고 보는 일.
목적지에 가서 따뜻한 음료수 한병 사 먹고 차가운 공기 속을 걸어가는 일.
목적보다는 목적한 적 없는 것들이 언제나 좋았다.
_ 시골 마을 중 - P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