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근처 성당의 종이 한밤중의 베네치아를 향해 소리 높이 무언가를 알리고 있다. 시계를 보니 열두시였다. 그것은 단지 종루의 시계가 어제와 오늘의 경계에 해당하는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아니라 이백 년 전 오늘밤, 빛나는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처음 자신들만의 오페라극장을 갖게 되어 열광하던 베네치아 시민들의 시간을 다시 한번 음미하는 듯한, 마치 뭔가에 정신없이 몰두하는 듯한 소리였다. _ 베네치아의 종소리 중 - P17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영어인데다 일상 자체가 놀랄 정도로 구식이고 그만큼 신선하기도 한 미로 같은 기숙사에서, 우리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반항심과 호기심에 떠밀려 마치 여름바다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도타기에 열중하는 소년들처럼희희낙락하며 나름의 도전을 이어갔다.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공습을 피해다니며 오늘 죽을지도 모르고 내일 집이 불탈지도모르는 절박한 심정으로 살았던 바로 몇 달 전에 비하면 목숨의척도가 변한 것만으로 모든 것이 즐거웠다. _ 기숙학교 중 - P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