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디언의 굴레 -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차별,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호남의 이야기
조귀동 지음 / 생각의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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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 전라도가 관심을 받는 거의 유일한 영역은 정치, 정확히는 선거다. 민주당계 정당이 바라보기에 호남 일대는 본인들의 콘크리트 표밭이자, 당내 경선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지역이다. 2021년 7월 현재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70만 5,000명가운데 광주·전남·전북에만 20만 3,000명이 있다. 서울(14만1,000명)이나 경기·인천(18만 3,000명)보다 더 많은 숫자다. 게다가 수도권의 권리당원 중 다수는 호남 출신 이주민이다. 본인들이 주장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어지는 ‘민주정부 3기‘의 ‘정통성‘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_ 들어가며 - P14

한국 사회가 쌓아올린 모순이 여전히 이 지역, 호남에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 ‘머리‘가 되고 지방이 ‘손발‘이 되는 경제적 역할 분리, 개별 지역의 불균등 발전, 이촌향도라고 불리는 대규모 인구이동과 이주민의 도시 하층민으로의 편입, 지역 기반 정당 간의 경쟁 구도, 개별 지역 내부에서 패권적 지위를 갖는 정당의 출현등을 양적·질적으로 가장 강도 높게 겪었던 곳이 바로 호남이다. _ 들어가며 - P16

두 번째로는 호남이라는 지역이 가진 특수성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호남은 불균등 발전의 희생양이었다. 산업화라는 로켓에 탑승하는 걸 거부당하고, 차별과 모멸을 받고, 거대한 국가 폭력에서 집단 학살의 대상이 되는 과정은 기실 한 사회의 ‘어둠‘을 한 지역에 몰아넣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_ 들어가며 중 - P17

지역 내 기업가와 중산층의 층위가 얇다는 것은 필연적으로정치 및 행정 우위의 사회를 만들어낸다. 이는 민주당계 정당이모든 사회 집단을 대표하는 지역패권정당으로 작동하는 것과 맞물려,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는 후진적 거버넌스를 낳는다.
지역사회의 부패와 무능은 구조적인 것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자원 투입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도 낮아진다. 결국 호남 내에서 계속되는 저발전은 그 함정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구조에 원인이 있다.
_ 들어가며 중 - P22

지방 문제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경제 기반의 붕괴, 취약한거버넌스, 너무나 작은 지역민의 목소리 그리고 그로 인해 쌓이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만 등이 호남 이외의 다른 ‘지방‘에서도 나타난다고 지적할 것이다. 사실 그렇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 다수는 이른바 ‘지방이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라도라는 특수한역사-지리적인 공간에서 발생한 문제와 소위 지방으로서 떠안은 보편적인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호남문제를 2021년에재론하고 나선 이유 중 하나는, 결국 ‘한국에서 지방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라는 논점을 다루기 위함이다. _ 들어가며 중 - P26

호남문제의 본질이 인종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은 호남인이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다른 지역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것이아니다. ‘전라도‘ 라는 지역과 ‘전라도인‘이라는 이들이 근대화와 그에 따른 대규모 인구이동 속에서 다른 인간 집단, 정확히는 좀더 열등한 이등시민으로 간주되고 스스로도 구별된 정체성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 강도가 ‘인종‘에 해당하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꽤 높은 수준의 자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_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중 - P40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발 빠른 경제성장과 기회의 확대 속에서 호남 사람들은 ‘로켓‘에 올라타지 못한 이등시민이었으며, 오히려 그에 따르는 더럽고 힘들고 보수가 낮은 일만을 도맡아 했.
다. ‘전라도‘는 단순히 출신 지역이 아니라, 서울·경기도·부산·울산 등지로 밀려 들어갔던 하층 이주민의 속성이었다. 호남이라는지역적 속성이 차별의 주요한 기준이 되었던 메커니즘이다.
_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중 - P55

전라도를 둘러싼 역사가 산업화와 이주민 그리고 엘리트 사회에서의 배제만 있었다면, ‘무난한‘ 수준의 지역 저발전 내지는지역차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1980년 5·18은 광주를 중심으로 한 전라도 거주민들 그리고 전라도에서 타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격렬하고 각별한 경험과 그로 인한 정체성의 각인을이끌어냈다. _ 반도의 흑인 또는 아일랜드인 중 - P57

이런 의미에서 ‘진짜 호남인‘은 지역과 계급이라는 이중의 차별을 받는 존재다. 2010년 이후 호남 지역이 민주당의 적잖은 골칫거리가 되고, 2016년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이곳을 석권하는 등 투표장에서의 ‘반란‘이 때때로 터져나오는 이유다.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한 수도권의 엘리트들이 ‘진짜 호남인’들의이익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며, 정확히 말해 대변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호남문제‘의 핵심은 호남 내부의 분화와 이해관계의 대립일 것이다. _ 반도의 흑인 또는 아닐랜드인 중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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