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 정치적 동물의 길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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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극을 끝내는 것이 바로 재앙신으로부터 상처 입은 아시타카, 그리고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아 인간을 저주하게 된 모노노케 히메라는 점은 상처 입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 그것은 상처받은 인간만이, 자신을 넘어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하고 치유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_ 상처 받은 이의 고통과 영광 중 - P181

나쁜 일만 있는 게 삶이라면 삶은 예측 가능하리라. 삶은 예측 가능하지 않기에, 좋은 일도 있다. 삶의 아이러니는 좌절할 이유도 되지만 버틸 이유도 된다. _ 식물이 질주한다 중 - P185

유럽 각국이 가톨릭이냐 프로테스탄트냐의 갈림길에서 탄압과 전쟁을 일삼고 있을 때, 네덜란드는 적극적으로 관용 정책을택했다. 그에 따라 칼빈주의자뿐 아니라 가톨릭, 루터교, 유대교,
재세례파 신자 등 타국에서라면 이교도로 낙인찍혀 핍박을 받았을 인재들이 네덜란드에 몰려와 살게 되었다. 17세기 초 암스테르담 인구의 40퍼센트를 이민자가 차지할 정도였다. 다양해진 인구구성을 장애물이 아니라 활력으로 승화시켰을 때, 네덜란드는 본격적인 번영을 구가하게 된다. 오늘날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은 자기 나라가 향유하고 표방해온 다양성과 자유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_ 괴물이냐 활력이냐 중 - P96

각자의 구체적인 동기가 무엇이든, 인구 감소의 상당 부분은 나름의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의 의식적 선택의 결과다. _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중 - P214

수십 년 전, 소설가 김승옥은 《서울, 1964년 겨울》에서 다음과 같은 대사로 서울 시민의 마음을 묘사한 적이 있다. "날 수 있는 것으로서 손안에 잡아본 것이 있으세요?" "없어요. 나도 파리밖에는…."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아시겠습니까?"
2020년 여름에 서울의 강변을 지나면서 중얼거린다. 없어요. 아파트밖에는, 서울은 모든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_ 21세기 서울 풍경 중 - P218

정치학자 유홍림에 따르면, "혼란을 공동체 의식에 호소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릴 뿐이다". 특히 약자는 계약서의 조항보다는 강자의 가변적인선의에 의존하게 된다. _ 형님과 아우의 세계를 넘어서 중 - P231

전염병이 격화될수록 국가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국가의 활동력이 증대하면 사람들은 국가에 순종한다. 전쟁을 치른달지, 전염병을 막는달지 하는 대의명분이 있으면 사람들이 국가의 명령에순순히 따르는 법이다. _ 판데믹 시대의 국가 중 - P237

바로 그 점에서 하나부사 잇초의 〈비를 피함)은 정치적인 풍경이다. 그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모양새 자체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들이 평소에는 한자리에 있을 수 없는 처지라는 데있다. 이들이 이렇게 모이고 단결할 수 있었던 것은 소나기라는 일시적인 위기에 의해 비로소 가능했다. 마치 예상하지 못했던 감염병이 창궐하면 사람들이 갑자기 평소보다 단결하는 것처럼. 두 도시의 비 오는 풍경 중 - P250

세월호 비극의 뿌리가 한국 사회 전체에 산포되어 있는 것처럼, 많은 문제의 원인은 대개 해당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 _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중 - P256

인간 현실이란 실로 비천하지 않은가. 예나 지금이나 세계는자칫하면 폭력과 혐오와 질병과 반목으로 가득한 지옥으로 변한다. _ 정치인은 잘 씻엉ㅑ 한다 중 - P272

아름다운 정치가 무엇인지 아무도 확고하게 말할 수없을 때 정치인들이 일단 의지해볼 수 있는 것은 심미적인 과정이다. 품위를 갖춘 스타일과 행동과 발화의 누적을 통해 결국 도달하게 되는 것이 더럽지 않은 정치라고 보는 것이다. 예식을 통해혁명을 달성할 수는 없겠지만 정치를 살짝 고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세상을 변혁할 수 없으면, 스타일이라도 갱신하고, 스타일을갱신할 수 없으면 일단 잘 씻고 다니자. _ 정치인은 잘 씻어야 한다 중 - P278

아메리칸 드림이건 코리안 드림이건, 관제 성공담 따위로는아무도 웃길 수 없다. 마침내 선진국의 꿈을 이루었다는 21세기한국, 여전히 세상의 성공을 믿지 않는 코미디언들이 있다. 그들은 오늘도 자기만의 실패담을 가지고 옥상에 오른다. 실패했지만뛰어내리지 않는 사람만이,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실패를 가지고 남을 웃길 수 있다. 모든 심오한 코미디는 스탠딩‘ 코미디다. _ 스탠딩코미디를 본다는 것은 중 - P284

우리는 대답할 입이 없다. 그리고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_ 새로운 사회 계약을 찾아서 중 - P291

중년이 되고서야 깨닫는다. 중년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 아니라 인생은 늘 위기였는데 그저 중년이 찾아왔을 뿐이라는 걸, 허울 좋은 선진국이 되고서야 깨닫는다. 사회는 아직 문제로 신음하고 있는데, 선진국이 갑자기 찾아왔을 뿐이라는 걸, _ 선진국의 환상을 넘어서 중 - P295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이자 생각하는 동물(thinkinganimal)로서 이 아름다운 행성에 살 수 있었다는 것이야말로 대단한 특권(privilege)이며 모험(adventure)이었다. 실로, 생각은 침잠이 아니라 모험이며, 그것이야말로 저열함에서 도약할 수 있는 인간의 특권이다. 타인의 수단으로 동원되기를 거부하고,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일을 넘어, 타성에 젖지 않은 채, 생각의 모험에 기꺼이 뛰어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터전이 바로 생각의 공화국이다. _ 선빈국의 환상을 넘어서 중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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