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료함은 조금도 두렵지 않다. 그보다 훨씬 더 힘든 고통이 있다. 어떤 순간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지 못하는 그 아릿한 슬픔이다. 고독이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의 곁에 있지 못함으로써 잃게 되는 바로 그것이다. - P109

해 끼치지 않기. 북쪽 삼나무 숲의 오두막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빙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 P118

오늘 저녁, 나는 삼나무 잎사귀 아래의 나무 벤치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본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 다음에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삶은 다시시작될 수 있다. 채털리 부인이 옳았다. - P123

고독은 상처에 바르는 진통제이다. 또한 고독은 공명상자(共鳴箱子)이다. 혼자 있을 때 받는 인상들은 평소보다 수십 배는더 강하게 느껴진다. 고독은 우리에게 어떤 의무를 부과한다.
나는 이 텅 빈 숲속에서 인류를 대표하는 대사(大使)이다. 또여기에 있지 못한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나는 이 숲을 누려야한다. 고독은 생각을 낳는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가능한 유일한 대화는 자신과의 대화이기 때문이다. 고독은 모든 수다를 물리치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고독은 우리의 기억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추억을 불러낸다. 또한 고독은 은둔자로 하여금 식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때로는 잠시 지나가는 어떤 작은 신(神)과 우정을 맺게 해준다. - P125

천하를 움직이고 싶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천하의 섭리에몸을 맡기기로 결심하고 은거한 것이다. 삶은 이 두 유혹 사이의 끊임없는 진동이다.
그러나 잠깐! 중국의 무위(無爲)는 나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무위는 지각을 예민하게 만든다. 은둔자는 우주와 함께 호흡하고, 우주의 가장 미세한 것들에까지 극도의 주의를 기울인다.
복숭아나무 아래에 정좌하고 앉아서, 그 꽃잎이 연못의 수면에부딪히는 소리를 듣는다. 하늘을 나는 학의 깃털이 떨리는 것을 본다. 그리고 저녁을 감싸는 행복한 꽃향기가 공기 중에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 P128

도시에서는 자유주의자, 급진주의자, 혁명가, 부자 할 것 없이 누구나 빵과 휘발유를 얻기 위해서 돈을 내고, 세금을 납부한다. 반면 은둔자는 국가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그는 숲속에 파묻혀 거기에서 필요한 것을 얻는다.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은둔자는 한 명의 놓친 손님이 되는 셈이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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