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한 삶의 진리를 일깨우는 종소리가 어둑어둑한 골짜기에 울려퍼진다. 지리산 골골마다 서려 있는 비극의 혼을 달래는것이리라. 사랑도 미움도 환희도 분노도 마침내 모든 것이 투명으로 돌아간 것이리라. 원한이랑 이곳에 묻어두고 영혼이나마훨훨 극락에 올라 자유로우소서! _ 서암정사 중 - P234
중생의 자성이 부처이고, 부처란 자신의 자성을 깨우친 중생인 것이다. 부처는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이 부처임을 깨닫고, 그것을 믿는 것이 불교의 핵심이다. 여기서 부처란 바로 진리 그 자체를 발견하는 일이다. _ 삼불사 중 - P243
돌층계를 올라 산신각 앞에서 경내를 내려다본다. 법계사의상징인 삼층석탑이 거대한 자연석 위에 우뚝 솟아 있다. 그 너머로 아침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어느새 쩍 갈라지더니 신선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 황홀한 풍경에 잠시 넋을 빼고 있는데, 어디선가 길고 묵직한 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_ 법계사 중 - P251
하늘을 향하던 길이 숲 속으로 이어진다. 붉은 듯 하얗게 핀산철쭉이 길 안내를 자청하고 솔숲에 가만히 들어앉은 오랜 무덤에 비치는 햇빛이 따사롭다. 그 아래로 늪이 있다. 평평한 고원의 산정 늪은 이곳이 모든 생물의 낙원임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늪을 돌아 옛 암자 터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기와조각이 더러 보이고 숲 덤불에 돌담과 주초로 쓰였을 돌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다. _ 개령암지 중 - P278
장터목 대피소에서 중산리 계곡으로 하산하는 길, 계곡 물소리가 세찼다. 빗방울도 굵어졌다. 밖으로 향하던 마음이 오롯이안으로 들어온다. 잠시 계곡으로 다가섰다. 물빛이 옥빛이다. 지난 1년 동안의 암자 순례는 결국 저 맑은 본마음, 그것을 찾는 여정이었다. 계곡 바위에 걸터앉았다. 그 옛날 누군가도 이 자리에앉았을 것이다. 시인 응우엔꽁쭈의 시를 떠올려본다. _ 천불암과 향적사 중 - P294
왜 지금 암자인가. 산속의 사찰마저도 고요함을 잃어버린 지오래. 각박한 도시의 삶에 찌든 현대인이 찾을 수 있는 정신의귀처는 어디일까. 더 이상 오지가 없는 시대에 산속에 홀로 핀꽃, 암자를 찾는 것은 종교를 넘어 오래된 향기를 찾아 마음과 정신에 고요와 평온과 적정을 찾는 것일 테다. 불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암자는 누구나 한번쯤 찾아가는 휴식과 치유의 공간, 정신의 귀처가 되는 것이다. _ 에필로그 중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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