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암자기행 - 고요한 자유의 순간으로 들어가다
김종길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다람쥐의 눈에는 낯선 사람도 자신에게 밥을 주는 보살처럼 선한 존재로 보였으리라. 깨우침을 얻고자 하는 수행자의 육바라밀(대승불교에서 보살이 열반으로 이르기 위한 수행법으로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반야 등여섯 가지 수행 덕목)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보살은 몸으로 행하고 있었다. 절의 오랜 역사와 이곳을 거쳐간 고승들의 행적도 대단하지만 이 작은 보시그릇이 주는 울림은 남달랐다. 보살도, 다람쥐도, 밥그릇도 보이지 않는 오늘, 빈 바람만 절 기둥에 기대어 있는 스님의 지팡이를 흔든다. _ 영원사 중 - P182

지금도 천불전 오르는 층계 화단에는 살아 있는 모과나무가있다. 이 나무 또한 언젠가 법당의 기둥으로 쓰이려 자신의 몸뚱이를 소신공양할 것이다. 언젠가 기둥이 될 자신의 운명을 뻔히알면서도 모과나무는 오늘도 묵묵히 자신만의 방식으로 제 몸을키운다. 살아서는 꽃과 열매를, 죽어서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기둥이 되니 세상에서의 쓸모란 이처럼 되어야 하지 않을까. _ 구충암 중 - P193

불교에서 나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돌아간 붓다. 그 길에서 가장 중요한 때에 늘 나무가 등장했다. 붓다가 탄생할 때 등장한 무우수, 농경제에 갔을 때의 염부수, 깨달음에 이를 때의 보리수, 열반의 나무 사라수 등 네 가지 나무가 그것이다. 붓다의 생애는 길 위에서 이루어졌지만 큰 변화는 나무 밑에서 행해졌다. 이중 염부수는 붓다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나무다. 태자 시절의 붓다가 가래로 파헤친흙 속에서 벌레가 꿈틀거리자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날아와서그 벌레를 쪼아먹었다. 이를 본 태자는 산 것끼리 서로 잡아먹지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의 참혹함이 고통스러웠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태자는 숲에 들어가 나무 아래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때 태자가 앉은 나무에는 그늘이 움직이지 않고 태자의 몸 위에 언제까지고 서늘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고 한다. _ 국사암 중 - P202

지리산을 유람한 이들은 불일폭포를 일러 개성 송악산의 박연폭포와 자웅을 겨룰 만하다고도 했으나 골짜기의 기이함, 폭포수의 웅장함은 박연폭포보다 더 낫다고 했다._ 불임암 중 - P217

연기암이 자리한 곳은 해발 530고지. 지리산 암자치고 그다지높지는 않지만 세상으로부터 한참이나 들어온 깊숙한 곳이다.
이곳에 서면 산자락 끝으로 멀리 구례 들판과 그 들판 사이를 굽이치며 흘러가는 유장한 섬진강을 볼 수 있다. 연기암의 건물은 마치 저 멀리 있는 섬진강을 염두에 둔 듯일제히 강을 향해 서 있다. 산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큰 암자 건물이 다소 생경스럽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아득한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피안의 세계가 있다면 아마 저런 모습일 거라고 누구든 말할 것이다. _ 연기암 가는 길 중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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