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난 고시원 바로 앞에 있는 복권 노점상 벽에는 "공공주택‘을 늘려 무주택 시민의 삶을 바꿉니다"라는 공허한 공익 광고가 궁색하게 붙어 있었다. 1. ‘현대판 쪽방’ 고시원 사람들 중 - P13

2019년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극단적 빈민이 최저 실존을 위해 몸 누일 공간 ‘한 쪽을 얻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들의 ‘가난해서‘ ‘괴로운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착취에 가까운 임대업으로 부의 첨탑을 쌓아가고 있다. 이른바 ‘빈곤貧困 비즈니스다. - P19

도시의 주거 비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제는 그 쪽방이 부족해 ‘현대판 쪽방‘이라 불리는 고시원까지 가세했다. 판잣집, 비닐하우스, 달방(여관·여인숙의 월세방), 고시원, 쪽방 등 비주택에사는 인구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기준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수는 39만3792가구 10년 전인 2005년 5만7066가구에 비해 무려 7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 가운데 81.9퍼센트는 쪽방과 고시원에 사는 이들로 추정된다. - P39

그 개인에게 가난할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가난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가난하게 늙었다. - P45

폐가에 가까운 건물의 수리는 당국의 세금으로 해고, 세입자에게 받는 면적 대비 월세는 강남 타워팰리스 월세의 수배에 이르는 쪽방, 그 이면에서는 세를 모은 건물주들이 발방을 세우고도 남을 부를 증식하는 이 황당한 상황이 창신동만의 사례는 아닐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 P48

‘빈곤 비즈니스.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되, 빈곤으로 벗어나는 데 기여하는 것이 아닌, ‘빈곤을 고착화하는 산업. 가뜩이나 돈 없고 오갈 데없는 이들의 곤궁한 처지를 이용해, 마땅한 노력 없이 불로소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데에만 관심을 보이는 행태. 세계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은 일본에서 도드라졌던 대표적인 불황형 경제 범죄가 2019년 한국 쪽방촌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_ 3. 쪽방촌의 빈곤 비즈니스 중 - P58

대책의 이름이 ‘아동 주거권 보장 등인 것도, 취약한 아동 주거를 지원하는 데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지만 도시 빈민에게 들어가는 세금은 다들 아까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반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아동을 앞세웠다"는 공무원의 말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빈자는 국가로부터 먼저 존재가지워진다. _ 4. ‘지옥고 아래 쪽방’ 그 후 중 - P116

가난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는 날들을 위해서 계속 쓸 것이다. 최신식 스마트폰과 전자기기,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예쁜 카페에서 찍은 사진, 빈틈없이 짜인 파인다이닝(고급 식당) 코스 요리, 휴가철이면 동남아나 유럽으로 떠나는 해외여행행렬의 이면(이 모든 것은 내가 나의 가난을 숨기기 위해 했던 것들이다)에 가려진 우리 또래의 ‘보이지 않는 가난에 대해 이야기하기위하여. 그리하여 모두가 가난을 이야기하며 이것이 나의 부족때문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 위하여. _ 자전적 ‘주거 난민’ 이야기 중 - P128

이런 집이 10가구 이상 사는 집(우편함과 계량기 중 하나라도 10개 이상) 79채를 들여다 봤을 때만도 82퍼센트(65채)에 달한다. 10채 중 8채가 신쪽방인 셈인데, 이미 위반 건축물로 적발된 경우도 28채(35.4퍼센트)나 됐다. 그리고 이 65채 건물주의 평균 나이는 만 60.5세. 1958년생이었다. ‘지·옥·고에 내몰린 청년뿐 아니라,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원룸에 버젓이 비싼 월세를 내고 살면서도 주거빈곤‘의 경계에 있는 청년들의 현주소다. _ 대학가가 쪽방촌이 되고 있다 중 - P141

특정한 악인惡人이 개별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착취와 부조리는 도처에 있음을 깨달은 순간이다. - P151

그리하여 버티고정신승리하는 것은 청년 개인의 몫이다. 이 모든 연쇄 작용이 병든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세상이 얼마나 가혹하게 청년들을각자도생과 자력구제로 내모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착취해 피라미드 한 층을 올라가는 누군가에 대해 얼마나 윤리적으로 무딘지를. _ 서울, 뜨내기들의 욕망 도시 중 - P191

고성장의 훈풍을 타고 여러 매력 자본이나 대학 졸업장 등에비빌 수 있는 사회가 아닌지라, 이들이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젊음‘뿐이다. 그리하여 청년은 ‘빈곤의 표상이 됨과 동시에여러 가능성‘을 내포하는 이중적 존재가 돼버렸다. 이런 기본적인 욕구와 희망도 뒷받쳐 주지 못하고 어떻게든 청년을 착취하려는 사회가, 결혼, 출산 등 재생산을 위한 많은 것을 요구해도되는 걸까. - P199

아기 돼지 삼형제에서 나쁜 것은 누구인가? 게으르고 불운한첫째, 둘째 돼지인가? 나뭇가지와 지푸라기라도 쌓아올린 그 노력을 수포로 만들어버리고 결국 ‘홈리스‘로 만들어버리는 늑대인가?
이 간단한 질문이 빈곤을 논의하는 데 있어 오랫동안 묵인되고 간과되었던 단어 ‘착취‘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길 바라며,
논의를 마무리한다. _ 나오며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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