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암석과 화석에는 이야기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암석은 그저 돌덩이일 뿐이지만, 경험 많은 지질학자에겐 귀중한 증거들이 가득한 하나의 길잡이다. 방법만 안다면 우리는 그 증거들을 명확하게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지질학은 TV시리즈 〈CSI)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지질학자와 고생물학자는 과학수사를 하는 형사처럼 희미한 증거의 조각들을 짜맞춰가면서 과거의 ‘범죄 현장‘을 재구성한다. 그 과정은놀라울 정도로 섬세하다. - 머리말에서 - P10
베수비오 화산과 폼페이의 이야기는 다른 대형 화산 폭발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이 이야기가 특별한 까닭은 대 플리니우스와 그의 조카가 분출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관찰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화산 폭발이라는 사건을 신의 분노로 치부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자연현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한결같은 자세로 대 플리니우스는 평생에 걸쳐37권의 자연사 책을 집필했고, 그의 작품은 최초의 자연사 저서 중 하나로꼽힌다. 화산재의 기둥을 지중해 지역에 서식하는 우산소나무의 모양에 빗대어 설명하며 화산 폭발의 각 단계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한 소 플리니우스의 글은 화산 폭발을 신화에 비유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설명한 최초의 글이다. _ 제1장 응회암 중 - P23
키프로스와 다른 지역의 신비로운 오피올라이트 암석은 150년 전부터측량과 조사가 이루어졌지만, 이런 흥미로운 암석 집합체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해답은 1960년대 후반에 판구조론 혁명이 일어나면서 비로소 나올 수 있었다. 지질학자들은 중앙해령을 따라서 해저가 확장될 때 자연적으로 오피올라이트가 생성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그림 2.5). 확장되는 지각의 최상부에서는 바닷물에 닿은 마그마가 식으면서 베개용암이 만들어진다. 그 아래에는 지각이 갈라지면서 형성된 수직 틈새가 있고 그 틈새를 채우는 용암은 판상 암맥이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화산암 물질의 원천은 그 아래에 있는 마그마 저장소의 층상 반려암이며, 일부 오피올라이트는 그보다 더 아래에 있는 맨틀상부의 조각까지도 포함한다. _ 제2장 천연 구리 중 - P34
"콘월의 사내들은 어부이고 콘월의 사내들은 또한 광부이다. 하지만 물고기와 주석이 사라지면, 콘월의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할까?" 콘월의 을씨년스러운 언덕과 오랫동안 버려져 있는 광산들을 둘러보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우리를 청동기시대로 안내하고, 산업혁명의 동력이 되고, 대규모 군대에 통조림을 식량으로 보급하게 해주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전자제품에서 중요한 금속 중 하나로 오랜 역사를 이어온 한 금속이 최후의 단계를 맞고 있다. 우리는 더이상 청동기시대에 살지 않지만, 컴퓨터시대인 지금도 주석은 여전히 중요하다. _ 제3장 주석석 중 - P51
허턴은 그런 격변이 일어나기보다는 오늘날 작용하는 과정과 자연법칙이 과거에도 동일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동일과정의 원리principle of uniformitarianism라고 불리곤 하는데, 지질학자 아치볼드 게이키의 말을 빌리면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것이다. 동일과정의 원리를 포함한 허턴의 생각은 1785년에 에든버러 왕립학회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소개되었다. 그의 논문 중 두 개는 1788년에 에든버러 왕립학회회보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of Edinburgh』에 「지구의 이론:지구 위 땅의 구성과 해체와 복구에 관한 관찰 가능한 법칙들에 대한 조사Theory of the Earth; or an Investigation of the Laws Observable in theComposition, Dissolution, and Restoration of Land Upon the Globej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_ 제4장 경사부정합 중 - P61
허턴은 이 지질학적 과정만으로 현재 세상에 있는 모든 지형을 온전히설명할 수 있으며 성경의 설명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구 역사에서는 침식, 운반, 퇴적, 산맥의 융기라는 과정이 주기적으로 여러 번 반복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런 주기가 반복되기 위해서는엄청난 시간이 걸리므로 허턴은 지구의 나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확신했다. 그의 글에 따르면 지질학적 시간은 "시작의 흔적도 남아 있지 않고 끝이 보이지도 않는 사실상 무한한,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스티븐제이 굴드의 글에 따르면 허턴은 "시간의 경계를 무너뜨림으로써 지질학에대한 인간의 사고에서 가장 뚜렷하고 급진적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대단히긴 지질학적 시간을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_ 제4장 경사 부정합 중 - P66
온천과 화산에 관한 글을 읽은 (그러나 거길 찾아가본 적은 없는) 허턴은 지구의 중심부가 뜨겁고 녹아 있는 상태라고 확신했고, 그 동력원을 "지구의 거대한 열기관the Earth‘s great heat engine" 이라고 불렀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화산은 미신을 믿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기고 경건한 신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화산은 용광로의 화구와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허턴의 생각은 용암이 관입하여 구워진 탄층을 통해서 추가로 확인되었다. 허턴은 이 열기관 때문에 만들어지고 솟아오른 산맥이 훗날 퇴적물이 되어 바다로 운반된다고 믿었다. 이는 융기, 침식, 퇴적, 다시 융기 순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과정이었다. 이 모든 생각은 역동적인 지구라는 전체적인 골자의 일부분이다. 이런 역동적인 지구는 아주 오래되었으며 끊임없이 재생되고 재활용되었다. 6000년 전에 창조된 이래로 본질적으로 변함없이 유지되는 젊은 지구와는 달랐다. _ 제5장 화성암맥 중 - P75
지각에 너무 많은 석탄이 축적되다 보니,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에서 끌어들인 수 톤의 이산화탄소에 있던 탄소가 그대로 갇히게 되었다. 석탄기초기의 지구는 ‘온실‘ 기후였다. 극지방의 빙모도 없고, 이산화탄소 농도도높고, 해수면의 높이도 높아서 대부분의 대륙이 물에 잠겨 있었는데, 석탄기 후기가 되자 결국 ‘냉실‘로 바뀌었다. 남극에 빙모가 생기고, 이산화탄소농도가 낮아지고, 대양 분지의 물이 극지방의 얼음으로 바뀌면서 해수면의높이도 낮아졌다. 지구는 거의 2억 년 동안 이런 ‘냉실‘ 상태를 유지했다. 지구에서는 지난 10억 년 동안 ‘온실‘과 ‘냉실‘ 상태가 여러 번 반복되었다. 초고온의 온실 상태인 금성(대기에는 황산이 가득하고 납이 녹을 정도로 뜨겁다)이나 얼음 덩어리와 같은 상태인 화성과 달리, 지구에는 탄소 순환을조절하는 생명체가 존재한다. 탄소는 석회암(주로 조개껍데기와 다른 화석들로 이루어진다)과 석탄(식물에 의해 만들어진다)의 형태로 지각 속에 갇혀 있다. 생태계는 지구의 온도가 너무 치솟거나 너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온도 조절 장치다. _ 제6장 석탄 중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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