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은 사람의 얼굴을 한 산이다. 잘나고 번듯한 저들이 아니라 못나고 후줄근한 우리가 비벼대고 사는 산이다. 한라산이 오롯이 우러러야 하는 신의 산이면, 한라산 자락을 따라 얼기설기 얹힌 오름은 우리네와 부대껴 땀내 흥건한 사람의 산이다. 오름은 지지리도 못난 우리네 산이다. 낮고 작아 보잘것없는 우리네 꼴이다. 산을 닮은 어느 늙은시인의 노래처럼,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신경림, 「산에대하여 부분). _ 들어가며 - P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