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도 꼬박꼬박 오름을 올랐다 내려왔다. 제주올레 1코스 말미오름 정상에서 내다본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우도가 눈앞에서 소처럼 누워 있었고 멀리서 아침햇살 받은 성산일출봉이 번뜩이고 있었다. 김영갑이 섬 동쪽 중산간의 오름밭을 일러주었다면 올레는 바다를마주 보고 선 오름을 가르쳐주었다. 하나 오름에 기대어 사는 제주 사람의 삶은 해안이나 내륙이나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들 가난했고 막막했다. 꼬닥꼬닥 제주올레를 걸으면서 오름에 얹힌 인연이 또 이렇게이어지는구나 생각했다. _ 들어가며 - P12

오름은 사람의 얼굴을 한 산이다. 잘나고 번듯한 저들이 아니라 못나고 후줄근한 우리가 비벼대고 사는 산이다. 한라산이 오롯이 우러러야 하는 신의 산이면, 한라산 자락을 따라 얼기설기 얹힌 오름은 우리네와 부대껴 땀내 흥건한 사람의 산이다. 오름은 지지리도 못난 우리네 산이다. 낮고 작아 보잘것없는 우리네 꼴이다. 산을 닮은 어느 늙은시인의 노래처럼, "산이라 해서 다 크고 높은 것은 아니다" (신경림, 「산에대하여 부분). _ 들어가며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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