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각주는 글쓴이의 실력을 검증하는 세밀한 장치다. 모름지기 학자는 선대의 문헌을 모두 검토한 뒤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고 자기만의 주장을 내놓아야 한다. 즉 매력적인 서사들은 저자가 매끈하게 창작한 도자기라기보다는 앞선 자들의 글을 모두 섭렵하는 성실성, 깎고 다듬는 도공 실력, 마침내 한 발 내딛는 진보로 인해 빚어진다. 독자가 각주를 보면서 안심하는 까닭은 글쓴이가 선대와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마침내 살아남았음을 입증해주기 때문이다. (p.46) _ 각주의 욕망 중에서
예비 작가들 중 많은 이가 어느 대학을 졸업했고, 전공과 경력은 무엇인지를 밝히기보다 자기 마음이 어떤 길을 밟아왔고, 비극의 씨앗이 된 가족의 이력과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기위해 분투해온 삶을 소개글로 내세운다. 위의 작가는 딸의 우울증을 겪으면서 자신이 원인 제공자는 아니었는지 지난 삶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딸의 우울증이 내 탓인가요"를 계속 되뇌면서. 어느 날은 딸의 진료 시간에 맞춰 같이 병원에 갔다. 그러고는 이런 글을 남겼다. (p.65) _ 삶이 글이 될 때